시집 추천/인생 시 84

이어령 시집 - 헌팅턴 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이어령 시인의 시집 「헌팅턴 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를 소개합니다. "당신에겐 눈물이 있다, 생각하지, 헌팅턴 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와 함께 생각하는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제목 : 「헌팅턴 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저자 : 이어령 출판사 : 열림원 마음에 담고 싶은 시 당신에겐 눈물이 있다 당신에게 눈물이 있다는 것은 영혼이 있다는 것 사랑이 있다는 것 누군가를 사랑하고 애타게 그리워한다는 것 그리고 뉘우친다는 것 내가 아니라 남을 위해서 흘리는 눈물은 비가 그치자 나타난 무지개처럼 아름답다 눈물에 젖은 빵을 먹는 것은 가난 때문이 아니다 가난을 넘어서는 사랑의 눈물에서만 영혼의 무지개가 뜬다. - p13 생각하지 '사랑'이라는 말의 원래 뜻은 '생각'입니다 옛날 사..

겨울 엽서/땅/개망초꽃 - 안도현 시

안도현 시인의 「외롭고 높고 쓸쓸한」 시집 속 "겨울 엽서, 땅, 개망초꽃"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시와 함께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겨울 엽서 쫓겨난 교문 밖에서 세 번째 겨울을 맞습니다 그대의 하늘 쪽을 바라보는 동안 이 엽서에 퍼담을 수 없을 만큼 눈이 내렸습니다 보고 싶다는 말만 쓰려고 했습니다 눈 덮인 학교 운동장을 맨 먼저 발자국 찍으며 걸어갈 아이를 멀찍이 뒤에서 불러보고 싶다는 말은 정말 쓰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사랑이여 그대와 나를 합하여 우리라고 부르는 날이 다시 올 때까지는 나는 봄도 기다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 p117 땅 내게 땅이 있다면 거기에 나팔꽃을 심으리 때가 오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보랏빛 나팔 소리가 내 귀를 즐겁게 하리 하늘 속으로 덩굴..

시가 나를 안아준다 - 신현림 시집

신현림 엮음 시집 「시가 나를 안아준다」를 소개합니다. "달밤, 야생의 삶, 거룩한 갈망"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와 함께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제목 : 「시가 나를 안아준다」 엮은이 : 신현림 출판사 : 판미동 마음에 담고 싶은 시 달밤 - 요제프 아이헨도르프 하늘과 땅이 조용히 입 맞추니 피어나는 꽃잎 속에 땅이 하늘의 꿈을 꾸는 듯했어 바람은 들판을 가로질러 불어 가고 이삭들은 부드럽게 물결치고 숲은 나직하게 출렁거리고 밤하늘엔 별이 가득했어 나의 영혼은 넓게 날개를 펼치고 조용한 시골 들녘으로 날아갔어 집으로 날아가듯. - p26 야생의 삶 - 웬델베리 세상에 대한 절망이 싹틀 때 나와 내 아이들의 삶이 어떻게 될까 하는 두려움에 한밤중 아주 작은 소리에도 잠에서 깰 때 나는 아름다운..

도종환 시집/시 - 가을 오후/별 하나

도종환 시인의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시집 속 "가을 오후, 별 하나, 은은함에 대하여"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시를 읽으며 편안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가을 오후 고개를 넘어오니 가을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흙빛 산벚나무 이파리를 따서 골짜기물에 던지며 서 있다 미리 연락이라도 하고 오지 그랬느냐는 내 말에 가을은 시든 국화빛 얼굴을 하고 입가로만 살짝 웃었다 웃는 낯빛이 쓸쓸하여 풍경은 안단테 안단테로 울고 나는 가만히 가을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서늘해진 손으로 내 볼을 만지다 내 품에 머리를 기대오는 가을의 어깨 위에 나는 들고 있던 겉옷을 덮어주었다 쓸쓸해지면 마음이 선해진다는 걸 나도 알고 가을도 알고 있었다 늦은 가을 오후. - p20 별 하나 흐린 차 창 밖으..

류시화 시집/시 - 소금 별/길가는 자의 노래

류시화 시인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시집 속 "길 가는 자의 노래, 소금별,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물안개" 네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길 가는 자의 노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면 이름 없는 풀들은 바람에 지고 사랑을 원하는 자와 사랑을 잃을까 염려하는 자를 나는 보았네 잠들면서까지 살아갈 것을 걱정하는 자와 죽으면서도 어떤 것을 붙잡고 있는 자를 나는 보았네 길은 또다른 길로 이어지고 집을 떠나 그 길 위에 서면 바람이 또 내게 가르쳐 주었네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을 다시는 태어나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자와 이제 막 태어나는 자 삶의 의미를 묻는 자와 모든 의미를 놓아 버린 자를 나는 보았네. - p22 소금별 소금별에 사는 사람들은 눈물을 흘릴 수 없네 눈물을 흘..

같음/대나무 - 시인 윤봉길과 지인의 서정시(2)

윤봉길 의사의 「시인 윤봉길과 지인의 서정시 340수」 시집 속 "같음, 대나무, 매미"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와 함께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같음 그대 만나 십년 동안 책 다 읽었었는데 문득 좋은 이웃 인접하여 살지 못함 한스럽다 비바람 맑게 개자 새들 와 지저귀고 세상사 겪은 강호에는 물고기 놀고 있네 마음 또한 낮과 같아서 비록 다 다르지만 도(道)로 사귐을 논하니 오래도록 소원하지 않네 바쁜 중에 한가로움 취하니 한가로움 절로 뜻을 찾는데 늘 잡풀 근심스러워 김메고 나서 글 보는구나. - p206 대나무 그대 곧게 서 있어 도는 것 범할 줄 모르는데 마음으로 이해하고 소통됨을 누가 열게 될까 시절이 사시를 관통하니 봄빛이 있고 바람이 천 길이나 높아 빗소리 나네 ..

소나무에 대한 예배 - 김용택 시집/시

김용택 시인이 사랑하는 시가 담긴 시집 「시가 내게로 왔다」를 소개합니다. "소나무에 대한 예배, 엄마, 책"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시집 : 「시가 내게로 왔다」 저자 : 김용택 출판사 : 마음산책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소나무에 대한 예배 - 황지우 학교 뒷산 산책하다, 반성하는 자세로, 눈발 뒤집어쓴 소나무, 그 아래에서 오늘 나는 한 사람을 용서하고 내려왔다 내가 내 품격을 위해서 너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것이 나를 이렇게 휘어지게 할지라도, 제 자세를 흐트리지 않고 이 지표 위에서 가장 기품 있는 건목 ; 소나무, 머리에 눈을 털며 잠시 진저리 친다. - p12 엄마 - 정채봉 꽃은 피었다 말없이 지는데 솔바람은 불었다가 간간이 끊어지는데 맨발로 살며시 운주..

좋은 시 추천 - 이상국 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 시인의 「집은 아직 따뜻하다」 시집 속 "국수가 먹고 싶다, 울산바위, 달이 자꾸 따라와요"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를 읽으며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국수가 먹고 싶다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 p43 울산바위 그전에 아주 그전에 울산바위가 뱃길로 금강산 가다가 느닷없이 바..

시집ㅣ안도현 시 - 외롭고 높고 쓸쓸한/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시인의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을 소개합니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 한 장, 우물"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제목 : 「외롭고 높고 쓸쓸한」 저자 : 안도현 출판사 : 문학동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너에게 묻는다 연탄제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p11 연탄 한 장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 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

큰 꽃/촛불 - 이문재 시집/시

이문재 시인의 「지금 여기가 맨 앞」 시집 속 "큰 꽃, 촛불, 너는 내 운명"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시와 함께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큰 꽃 꽃을 내려놓고 죽을힘 다해 피워놓은 꽃들을 발치에 내려놓고 봄나무들은 짐짓 연초록이다 꽃이 져도 너를 잊은 적 없다는 맑은 노래가 있지만 꽃 지고 나면 봄나무들 제 이름까지 내려놓는다 산수유 진단래 철쭉 라일락 산벚- 꽃 내려놓은 나무들은 신록일 따름 푸른 숲일 따름 꽃이 피면 같이 웃어도 꽃이 지면 같이 울지 못한다 꽃이 지면 우리는 너를 잊는 것이다 꽃 떨군 봄나무들이 저마다 다시 꽃이라는 사실을 저마다 더 큰 꽃으로 피어나는 사태를 눈 뜨고도 보지 못하는 것이다 꽃은 지지 않는다 나무는 꽃을 떨어뜨리고 더 큰 꽃을 피워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