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시인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시집 속 "길 가는 자의 노래, 소금별,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물안개" 네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길 가는 자의 노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면
이름 없는 풀들은 바람에 지고
사랑을 원하는 자와
사랑을 잃을까 염려하는 자를
나는 보았네
잠들면서까지 살아갈 것을 걱정하는 자와
죽으면서도 어떤 것을 붙잡고 있는 자를
나는 보았네
길은 또다른 길로 이어지고
집을 떠나 그 길 위에 서면
바람이 또 내게 가르쳐 주었네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을
다시는 태어나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자와
이제 막 태어나는 자
삶의 의미를 묻는 자와
모든 의미를 놓아 버린 자를 나는 보았네.
- p22
소금별
소금별에 사는 사람들은
눈물을 흘릴 수 없네
눈물을 흘리면
소금별이 녹아 버리기 때문
소금별 사람들은
눈물을 감추려고 자꾸만
눈을 깜빡이네
소금별이 더 많이 반짝이는 건
그 때문이지.
- p64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세상을 잊기 위해 나는
산으로 가는데
물은 산 아래
세상으로 내려간다
버릴 것이 있다는 듯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듯
나만 홀로 산으로 가는데
채울 것이 있다는 듯
채워야 할 빈자리가 있다는 듯
물은 자꾸만
산 아래 세상으로 흘러간다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눈을 감고
내 안에 앉아
빈 자리에 그 반짝이는 물 출렁이는 걸
바라봐야 할 시간.
- p11
물안개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처럼
몇 겁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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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고 나서
"잠들면서까지 살아갈 것을 걱정하는 자와 죽으면서도 어떤 것을 붙잡고 있는 자를 나는 보았네"
우리는 삶을 붙들고 문제가 생기면 깊은 고민에 빠진다. 그 고민은 잠들면서까지 이어지기도 하고 꿈속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삶에서 집착이 많을수록 마음으로 붙잡고 있는 것들이 많아진다. 그 집착을 죽음을 앞두고도 놓지 못해 눈감고 나서도 마음으로 가져가기도 한다.
가끔씩 생각해본다. 나는 왜 태어나서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나의 존재 이유보다 삶에 파묻혀서 세월에 끌려가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를 점검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나의 소중한 인생을 내가 원하는 대로 데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류시화 시인의 시는 언제나 나에게 깊은 영감을 준다. 그리고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해준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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