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추천/인생 시 84

좋은 시 추천 - 별에게 묻다/성탄제

신경림 시인의 「처음처럼」 시집 속 "별에게 묻다, 성탄제" 두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와 함께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좋은 시 별에게 묻다 - 고두현 천왕성에선 평생 낮과 밤을 한 번밖에 못 본다 마흔 두 해 동안 빛이 계속되고 마흔 두 해 동안은 또 어둠이 계속된다 그곳에선 하루가 일생이다 남해 금산 보리암 절벽에 빗금 치며 꽂히는 별빛 좌선대 등뼈 끝으로 새까만 숯막 타고 또 타서 생애 단 한 번 피고 지는 대꽃 틔울 때까지 너를 기다리며 그립다 그립다 밤새 쓴 편지를 부치고 돌아오는 아침 우체국에서 여기까지 길은 얼마나 먼가. - p30~p31 성탄제 -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롭게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좋은 시집 추천 - 눈사람 여관 이병률

이병률 시인의 시집 「눈사람 여관」을 소개합니다. "혼자, 새" 두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와 함께 따뜻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제목 : 「눈사람 여관」 저자 : 이병률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마음에 담고 싶은 시 혼자 나는 여럿이 아니라 하나 나무 이파리처럼 한 몸에 돋은 수백수천이 아니라 하나 파도처럼 하루에도 몇백 년을 출렁이는 울컥임이 아니라 단 하나 하나여서 뭐가 많이 잡힐 것도 같은 한밤중에 그 많은 하나여서 여전히 한 몸 가누지 못하는 하나 한 그릇보다 많은 밥그릇을 비우고 싶어 하고 한 사람보다 많은 사람에 관련하고 싶은 하나가 하나를 짊어진 하나 얼얼하게 버려진, 깊은 밤엔 누구나 완전히 하나 가볍고 여리어 할 말로 몸을 이루는 하나 오래 혼자일 것이므로 비로소 영원히 스며드는 하나 스..

나태주 시집 - 마음이 살짝 기운다

나태주 시인의 시집 「마음이 살짝 기운다」를 소개합니다. "새로운 시, 뿌리의 힘" 두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와 함께 따뜻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제목 : 「마음이 살짝 기운다」 저자 : 나태주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새로운 시 어떻게 하면 시를 예쁘게 쓸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추하고 좋지 않은 속사람 씻어내다 보면 그렇게 되지 않겠느냐는 대답에 놀라는 얼굴로 바라보던 아낙 호동그란 그 눈빛이 내게는 더욱 새로운 시였습니다. - p36 뿌리의 힘 쓰러진 꽃도 함부로 밟거나 잘라서는 안 된다 꽃이 필 때까지 꽃이 질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한다 그 꽃 한 송이 피우기 위해 뿌리는 얼마나 애를 쓰고 줄기와 이파리는 또 얼마나 울고 불며 매달리고 달래며 그랬을 것이냐 우리는 비록 몰라도..

좋은 시집 추천 - 처음처럼

신경림 시인의 소리 내어 읽고 싶은 우리 시가 담겨 있는 시집 「처음처럼」을 소개합니다.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선운사에서" 두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와 함께 따뜻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제목 : 처음처럼 저자 : 신경림 출판사 : 다산북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 정희성 어느 날 당신가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 p14 선운사에..

좋은 시 추천 - 정호승 슬픔을 위하여

김경민 님의 「시 읽기 좋은 날」 시집 속 "슬픔을 위하여, 병원, 서해"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시와 함께 따뜻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슬픔을 위하여 - 정호승 슬픔을 위하여 슬픔을 이야기하지 말라 오히려 슬픔의 새벽에 관하여 말하라 첫아이를 사산한 그 여인에 대하여 기도하고 불빛 없는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그 청년의 애인을 위하여 기도하라 슬픔을 기다리며 사는 사람들의 새벽은 언제나 별들로 가득하다 나는 오늘 새벽 슬픔으로 가는 길을 홀로 걸으며 평등과 화해에 대하여 기도하다가 슬픔이 눈물이 아니라 칼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 저 새벽별이 질 때까지 슬픔의 상처를 어루만지지 말라 우리가 슬픔을 사랑하기까지는 슬픔이 우리들을 완성하기까지는 슬픔으로 가는 새벽길을 걸으며 기도..

좋은 시 - 꿈꾸는 섬

이금숙 시인의 「그리운 것에는 이유가 있다」 시집 속 "꿈꾸는 섬, 그날이 오면" 두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시와 함께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꿈꾸는 섬 바람이 부는 날은 꿈을 꾼다 떠나고 싶은 섬이어서 대문 밖 모퉁이 그림자로 서 있으면 황톳길 먼지 너머 신작로 따라 어머님 얼굴 별빛으로 흐르고 저녁 밥상을 차려 놓은 소녀는 오지 않는 식구들을 한없이 기다렸다 도란거리던 밥상머리 혼자라는 사실이 두려워 겨우 한 끼 밥 차려놓고 기도를 한다 추억 속에 어머니는 언제나 숟가락의 도를 일러주시고 사랑이 밥을 먹는다고 확인해 주셨다 우리가 사는 것은 불꽃 살아온 날들은 그저 무겁고 아픈 존재들 해질 녘 선창가엔 주인 없는 빈 배만 지난날 퍼 올렸던 만선을 꿈을 꾸는지 바람이 부는..

좋은 시 추천 - 어머님 곁에서

이종민 엮음 시집 「그 시를 읽고 나는 시인이 되었네」 시집 속 "어머님 곁에서, 소네트 29번" 까비르의 시 세 편을 전해드리니 시와 함께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어머님 곁에서 - 조태일 온갖 것이 남편을 닮은 둘쨋놈이 보고파서 호남선 삼등 야간열차로 육십 고개 오르듯 숨 가쁘게 오셨다 아들놈의 출판기념회 때는 푸짐한 며느리와 나란히 앉아 아직 안 가라앉은 숨소리 끝에다가 방울방울 맺히는 눈물을 내게만 사알짝 사알짝 보이시더니 타고난 시골솜씨 한 철 만나셨나 산일번지 오셔서 이불 빨고 양말 빨고 콧수건 빨고 김치, 동치미, 고추장, 청국장 담그신다 양념보다 맛있는 사투리로 담그신다 - 엄니, 엄니, 내려가실 때는요 비행기 태워드릴께 - 안 탈란다 안탈란다 값도 비싸고 이북으..

시집 추천 - 박노해 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 시인의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를 소개합니다. "그 약속이 나를 지켰다, 꽃씨를 심어요" 두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와 함께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제목 : 「너의 하늘을 보아」 저자 : 박노해 출판사 : 느린걸음 마음에 담고 싶은 시 그 약속이 나를 지켰다 널 지켜줄게 그 말 한마디 지키느라 크게 다치고 말았다 비틀거리며 걸어온 내 인생 세월이 흐르고서 나는 안다 젊은 날의 무모한 약속, 그 순정한 사랑의 언약이 날 지켜주었음을 나는 끝내 너를 지켜주지도 못하고 깨어지고 쓰러지고 패배한 이 치명상의 사랑밖에 없는데 어둠 속을 홀로 걸을 때나 시련의 계절을 지날 때도 널 지켜줄게 붉은 목숨 바친 그 푸른 약속이 날 지켜주었음을. - p11 꽃씨를 심어요 지난 가을 그대가 보내준 편지봉투에..

시집 - 시 읽기 좋은 날

김경민 님의 「시 읽기 좋은 날」을 소개합니다. "서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 원시"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와 함께 따뜻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제목 : 「시 읽기 좋은 날」 저자 : 김경민 출판사 : 썸앤파커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서시 - 이성복 간이식당에서 저녁을 사먹었습니다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 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사방에서 새소리 반짝이며 흘러내리고 어두워 가며 몸 뒤트는 풀밭,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 키 큰 미루나무 사이로 잎잎이 춤춥니다. -p21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

류시화 시집 - 시로 납치하다

류시화 시인의 「시로 납치하다」를 소개합니다. "두 사람, 더 푸른 풀, 그 겨울의 일요일들"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와 함께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 가지시길 바랍니다. 제목 : 「시로 납치하다」 저자 : 류시화 출판사 : 더숲 마음에 담고 싶은 시 두 사람 - 라이너 쿤체 두 사람이 노를 젓는다 한 척의 배를 한 사람은 별을 알고 한 사람은 폭풍을 안다 한 사람은 별을 통과해 배를 안내하고 한 사람은 폭풍을 통과해 배를 안내한다 마침내 끝에 이르렀을 때 기억 속 바다는 언제나 파란색이리라. - p10~p11 더 푸른 풀 - 에린 핸슨 건너편 풀이 더 푸른 이유가 그곳에 늘 비가 오기 때문이라면 언제나 나눠 주는 사람이 사실은 가진 것이 거의 없는 사람이라면 가장 환한 미소를 짓는 사람이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