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추천/인생 시

시집 추천 - 박노해 너의 하늘을 보아

코스모스피다 2022. 11. 28. 10:00

 

 

 

박노해 시인의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를 소개합니다. "그 약속이 나를 지켰다, 꽃씨를 심어요" 두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와 함께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박노해 시집 표지
박노해 시집

 

 

 

제목 : 「너의 하늘을 보아」

저자 : 박노해

출판사 : 느린걸음

 

 마음에 담고 싶은 시 

 

그 약속이 나를 지켰다

 

널 지켜줄게

그 말 한마디 지키느라

크게 다치고 말았다

비틀거리며 걸어온 내 인생

 

세월이 흐르고서 나는 안다

젊은 날의 무모한 약속,

그 순정한 사랑의 언약이

날 지켜주었음을

 

나는 끝내

너를 지켜주지도 못하고

깨어지고 쓰러지고 패배한

이 치명상의 사랑밖에 없는데

 

어둠 속을 홀로 걸을 때나

시련의 계절을 지날 때도

널 지켜줄게

붉은 목숨 바친

그 푸른 약속이

날 지켜주었음을.

- p11

 

 

 

꽃씨를 심어요

 

지난 가을

그대가 보내준 편지봉투에

꽃씨를 받아 넣었죠

 

눈 내리는 겨울밤에

책장 선반 구석에서

봉투 안의 꽃씨들이

소곤소곤 속삭이는 소리에

몸을 뒤채며 봄을 기다렸죠

 

첫 봄비가 내리고

그대가 보내준 편지를 다시 읽으며

봉투에 간직해온 꽃씨를 심어요

 

내가 여기 태어나

지구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꽃과 나무, 그리고 그대이죠

 

비바람과 눈보라 속에서도

원망하지도 않고 포기하지도 않고

최선을 다해 꽃과 향기를 내어주고

 

한 생의 결실을 이 작은 꽃씨에 담아

긴 겨울날을 우리 함께 걸어왔죠

 

좋지 않은 일들이 한꺼번에 오고

좋지 않은 자들이 봄을 밟고 와도

눈 녹은 땅에 꽃씨를 심어요

 

지구에서 보낸 한 생의 길에서

곧고 선한 걸음으로 꽃을 피워온 그대

사랑이 많아서 슬픔이 많았지요

사랑이 많아서 상처도 많았지요

 

그래도 좋은 사람에게 좋은 일이 오고

어려움이 많은 마음에 좋은 날이 오고

눈 녹은 땅에 씨 뿌려가는 걸음마다

봄이 걸어오네요

꽃이 걸어오네요.

- p14~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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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읽고 나서  

 

"어둠 속을 홀로 걸을 때나 시련의 계절을 지날 때도 널 지켜줄게. 붉은 목숨 바친 그 푸른 약속이 날 지켜주었음을."

 

나 아닌 누군가를 지켜준다는 마음, 나 아닌 그 무언가를 지키겠다는 마음. 나를 순수하게 던지고 살아가는 그 마음이 결국은 나를 지켜주고 좋은 세상으로 이끌어준다.

 

 

 

 

 

 

"비바람과 눈보라 속에서도 원망하지도 않고 포기하지도 않고 최선을 다해 꽃과 향기를 내어주고 한 생의 결실을 이 작은 꽃씨에 담아 긴 겨울날을 우리 함께 걸어왔죠"

 

작은 씨앗이 하나의 꽃을 피우기 위해 겪어내야 하는 모든 시련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환한 꽃을 피우듯, 우리 인생도 저마다의 꽃을 피우기 위해 겪어내야 하는 길을 어떤 마음으로 걷는지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그 생의 결실이 담긴 씨앗 속에는 무엇이 기억되어 있을까?

 

 

박노해 시인의 시는 아름다우면서도 마음에 깊은 여운이 남는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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