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추천/인생 시

시집 - 시 읽기 좋은 날

코스모스피다 2022. 11. 14. 10:00

 

 

 

김경민 님의 「시 읽기 좋은 날」을 소개합니다. "서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 원시"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와 함께 따뜻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시 읽기 좋은 날

 

 

 

제목 : 「시 읽기 좋은 날」

저자 : 김경민

출판사 : 썸앤파커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서시

   - 이성복

 

간이식당에서 저녁을 사먹었습니다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 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사방에서 새소리 반짝이며 흘러내리고

어두워 가며 몸 뒤트는 풀밭,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

키 큰 미루나무 사이로 잎잎이 춤춥니다.

-p21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 p27

 

 

 

원시

     - 오세영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하지 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 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막 편지를 읽기 위해선 이제

돋보기가 필요한 나이

늙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낸다는 것이다

머얼리서 바라볼 줄을

안다는 것이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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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읽고 나서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시간은 그 사람에게 온 마음이 향해 있기 때문에 세상의 움직이는 것들이 그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작은 소리에도 같은 옷 색깔에도 발자국 소리에도 그 사람의 모습을 찾게 된다.

 

 

"늙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낸다는 것이다. 머얼리서 바라볼 줄을 안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점점 멀리 보내는 사람이 많아진다. 거리가 멀리 떨어진 곳이나 때로는 닿을 수 없는 곳까지. 멀리 가 있는 사람이 많아진다. 멀리서 바라보면 보지 못했던 것들,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깨달음이 오기도 한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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