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추천/사랑 시

어떤 이름 - 좋은 시

코스모스피다 2022. 8. 18. 10:00

 

 

 

이기철 시인의 시집 「꽃들의 화장 시간」 속 "어떤 이름, '오늘'만큼 신선한 이름은 없다" 두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시와 함께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이름 시
어떤 이름 좋은 시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어떤 이름

 

어떤 이름을 부르면 마음속에 등불 켜진다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나지막하고 따뜻해서

그만 거기 주저앉고 싶어진다

애린이란 그런 것이다

 

어떤 이름을 부르면 가슴이 저며온다

흰 종이 위에 노랑나비를 앉히고

맨발로 그를 찾아간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는 없다

연모란 그런 것이다

 

풀이라 부르면 풀물이, 불이라 부르면 불꽃이,

물이라 부르면 물결이 이는 이름이 있다

부르면 옷소매가 젖는 이름이 있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어떤 이름을 부르면 별이 뜨고

어떤 이름을 부르면 풀밭 위를 바람이 지나고

은장도 같은 초저녁 별이 뜬다

그리움이란 그런 것이다

 

부를 이름 있어,

가슴으로만 부를 이름 있어

우리의 하루는 풀잎처럼 살아 있다.

- p42

 

 

 

'오늘'만큼 신선한 이름은 없다

 

잠옷도 벗지 못하고 펄럭이는 나뭇잎으로

하루는 아침마다 새 옷을 갈아입고 도착한다

아침엔 아카시아 꽃의 말을 베끼고 싶어

처음 닿은 햇빛으로 새 언어를 만든다

 

오늘이라는 말은 언제나 새 언어다

약속 위엔 무슨 색종이를 얹어놓을까

한 방울 진한 잉크빛 그리움

제 이름 부르면 앞 다투어 피는 꽃들은

오늘 하루 내가 가꿀 이름이다

 

오늘 날씨를 묻느라 새들의 입이 바쁘고

풀의 얼굴 만지며 오는 햇빛의 발걸음이 젖어 있다

초록 위에 푸름을 얹으면 초록이 아파한다

하늘을 닦아 창문에 걸어두고

아껴둔 마음 한 다발 부치려고

우체국으로 걸어간다

 

그의 손이 썼을 글자들에 남은 온기

살아서 닿았던 눈빛들이 한꺼번에 달려온다

'오늘'이라는 말은 내가 쓴 말 가운데

가장 새로운 말이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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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읽고 나서  

 

"어떤 이름을 부르면 별이 뜨고 어떤 이름을 부르면 풀밭 위를 바람이 지나고 은장도 같은 초저녁 별이 뜬다. 그리움이란 그런 것이다. 부를 이름 있어, 가슴으로만 부를 이름 있어 우리의 하루는 풀잎처럼 살아 있다."

 

 

부르면 하늘에 별이 뜨는 이름. 마음속 아스라한 그리움에 젖어드는 그런 이름이 있다. 세상에 수많은 이름 중에서도 부르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런 이름이 있다. 온 마음이 촉촉하게 저며오는 그런 이름이 있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느낌의 이름으로 기억될까? 이름은 글자가 아니라 수많은 마음이 담긴 기억 같은 것.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아서 불릴 수 있을까? 

 

 

이기철 시인의 시는 읽고 있으면 삶에 대해서 나 자신에 대해서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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