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시인의 「헌팅턴 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시집 속 "어머니 냄새, 네 생각, 그 많은 사람들이 저기 있는데"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시와 함께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어머니 냄새
옛날 여인들은 향낭을 차고 다녔지요
어머니에게서는 어머니의 그윽한 향내가
풍겨 나왔습니다
그것이 메주 뜨는 냄새, 땀 냄새라 하더라도
어머니의 냄새는 언제나
벼 익는 고향 들판의 냄새처럼
그윽합니다 - 중략 -
옛날 어머니 등에 업혀
어머니의 머릿기름 냄새 너머로
세상을 바라보던 그 시절
어머니의 얼굴은 변해도
그 냄새는 영원한 것으로 떠돌고 있습니다
분명 그랬지요
그것은 샤넬이나 이브생로랑 같은
향내가 아니었지요
그것이 메주 뜨는 냄새라 할지라도
어머니에게서만 맡을 수 있는 그윽한 냄새
비가 오고 난 뒤 아련한 흙냄새 같은 대지의 냄새
사서 뿌리는 향수 냄새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영원한 회상으로 남을 냄새를
남겨줘야 해요.
- p67~p69
네 생각
눈 부비며 일어나
칫솔질을 하다가
신발을 신으며
고개를 들다가
창밖을 보다가
말을 하다가
웃다가
기침을 하다가
네 생각이 난다
해일처럼 밀려온다
그 높은 파도가 잠잠해질 때까지
나는
운다.
- p180
그 많은 사람들이 저기 있는데
이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이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길을 건너는데
그 사이에 너는 없다
이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데
너의 찻잔은 없다
이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버스 정거장에 서 있는데
그 많은 얼굴 가운데 너는 없다
새도 저녁이 되면 둥지를 찾는데
너는 무슨 연유로 저녁 일곱 시가 넘었는데
돌아오지 않느냐.
- p181
함께 보면 좋은 글
시를 읽고 나서
"옛날 어머니 등에 업혀 어머니의 머릿기름 냄새 너머로 세상을 바라보던 그 시절, 어머니의 얼굴은 변해도 그 냄새는 영원한 것으로 떠돌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냄새는 비록 오후 한낮의 땀 냄새가 배어 있어도 그리운 냄새로 기억된다. 포근하면서도 따뜻하게 남아있는 그 냄새는 어른이 되어서도 마음속에 남아있어 외로운 날 위로가 되기도 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온기가 되기도 한다.
세상의 그 어떤 향수보다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어머니의 냄새, 그것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는 어머니의 마음과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어머니의 사랑과, 그 사랑을 가슴으로 느끼는 내가 만들어낸 냄새이기 때문이다.
어떤 향기는 코끝으로만 맡지만, 때로 어떤 향기는 마음으로 전해져서 속 깊이 남아있는 소중한 기억이 되기도 한다. 어머니의 냄새가 바로 그렇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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