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시집 속 "나비, 행복, 어머니에게"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시와 함께 사랑의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나비
몹시 상심하고 있을 때였다
들을 지나다가
한 마리의 나비를 보았다
순백색과 진홍색으로 얼룩진 나비가
푸른 바람 속에 하늘거리고 있었다
아, 나비여
세상이 아직 아침처럼 맑고
하늘이 무척 가까이에 있던 어린 시절에
아름다운 날개를 팔랑거리는
너를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바람처럼 가벼이 팔랑거리는
하늘에 온 아름다운 나비여
너의 아늑한 성스러운 빛 앞에서
수줍음에 싸여, 이리도 서름하게
스스러운 눈초리로 나는 서 있어야 한다
순백색과 진홍색으로 얼룩진 나비는
바람에 실려서 들로 날아갔다
꿈을 꾸는 듯 걸음을 옮기자, 나에게
천국에서 새어 나온 한 가닥의
잔잔한 빛이 남아 있었다.
- p98~p99
행복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 한
행복할 만큼 성숙해 있지 않다
가장 사랑하는 것들이 모두 네 것일지라도
잃어버린 것을 애석해하고
목표를 가지고 초조해하는 한
평화가 어떤 것인지 너는 모른다
모든 소망을 단념하고
목표와 욕망도 잊어버리고
행복을 입 밖에 내지 않을 때
행위의 물결이 네 마음에 닿지 않고
너의 영혼은 비로소 쉬게 된다.
- p126
어머니에게
이야기할 것이 참 많았습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저는 객지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를 가장 잘 이해해 준 분은
언제나 당신이었습니다
오래전부터 당신에게 드리려던
나의 최초의 선물을
수줍은 어린아이 손에 쥔 지금
당신은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읽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슬픔이 씻기는 듯합니다
말할 수 없이 너그러운 당신이, 천 가닥의 실로
저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입니다.
- p51
함께 보면 좋은 글
시를 읽고 나서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 한 행복할 만큼 성숙해 있지 않다. 가장 사랑하는 것들이 모두 네 것일지라도.
잃어버린 것을 애석해하고 목표를 가지고 초조해하는 한 평화가 어떤 것인지 너는 모른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모든 것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행복을 추구하는 마음이 있다는 건 아직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속의 헛헛함을 채우기 위해 자꾸만 또 다른 것을 추구하려고 한다.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사는 건 필요하지만 목표를 향해 가는 지금 이 순간을 초조해하면서 산다면 인생의 많은 부분을 불안함과 마음속 소음 속에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잠시 멈추고 고요한 내면의 평화와 마주하는 시간이 인생에서 필요하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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