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추천/인생 시

혼자의 넓이 - 이문재 시집

코스모스피다 2022. 6. 1. 10:00

 

 

 

이문재 시인의 시집 「혼자의 넓이」를 소개합니다. "혼자의 넓이, 배웅, 혼자 울 수 있도록"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와 함께 혼자만의 시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혼자의 넓이 이문재 표지
혼자의 넓이 이문재 시집

 

 

 

 마음에 담고 싶은 시 

 

혼자의 넓이

 

해가 뜨면

나무가 자기 그늘로

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

종일 반원을 그리듯이

혼자도 자기 넓이를 가늠하곤 한다

 

해 질 무렵이면 나무가 제 그늘을

낮게 깔려오는 어둠의 맨 앞에 갖다놓듯이

그리하여 밤새 어둠과 하나가 되듯이

우리 혼자도 서편 하늘이 붉어질 때면

누군가의 안쪽으로 스며들고 싶어한다

 

너무 어두우면 어둠이 집을 찾지 못할까 싶어

밤새도록 외등을 켜놓기도 한다

어떤 날은 어둠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유리창을 열고 달빛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그러다가 혼자는 자기 영토를 벗어나기도 한다

혼자가 혼자를 잃어버린 가설무대 같은 밤이 지나면

우리 혼자는 밖으로 나가 어둠의 가장자리에서

제 그림자를 찾아오는 키 큰 나무를 바라보곤 한다.

- p11

 

 

배웅

- 남쪽 덕규에게

 

어머니 가시던 길

내가 업어드린 줄 알았는데

끝까지 내가 업혀 있었다

 

어머니 가실 때

내가 배웅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여전히 어린 늙은 내가

어머니 등에 업힌 채

 

젊은 엄마 등에 업힌 채

엄니 모가지를 끌어안은 채

하늘 저쪽에서 나온 마중을

마중하고 있었다

 

그때 그렇게 가시고 나서도

어머니는 언제나 엄마였다

엄니였다

 

그해 윤사월 초닷새

북북서쪽에서 연신 눈가루가 날렸다.

- p26~p27

 

 

 

 

 

 

혼자 울 수 있도록

- 오래된 기도 3

 

혼자 울 수 있도록

그 사람 혼자 울 수 있도록

멀리서 지켜보기로 한다

모른 척 다른 데 바라보기로 한다

 

혼자 울다 그칠 수 있도록

그 사람 혼자 울다 웃을 수도 있도록

나는 여기서 무심한 척

먼 하늘 올려다보기로 한다

 

혼자 울 때

억울하거나 초라해지지 않도록

때로 혼자 웃으며

교만하거나 배타적이지 않도록

 

저마다 혼자 울어도

지금 어디선가 울고 있을 누군가

어디선가 지금 울음 그쳤을 누군가

어디에선가 이쪽 하늘을 향해 홀로 서 있을

그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도록

 

그리하여

혼자 있음이 넓고 깊어질 수 있도록

짐짓 모른 척하고 곁에 있어주는 생각들

멀리서 보고 싶어하는 생각들이

서로서로 맑고 향기로운 힘이 될 수 있도록.

- p20~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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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읽고 나서  

 

"어머니 가실 때 내가 배웅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여전히 어린 늙은 내가 어머니 등에 업힌 채 젊은 엄마 등에 업힌 채 엄니 모가지를 끌어안은 채 하늘 저쪽에서 나온 마중을 마중하고 있었다. 그때 그렇게 가시고 나서도 어머니는 언제나 엄마였다"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도 마음속에는 늘 엄마로 남아있다. 내가 나이가 들어 돌아가신 엄마의 나이가 나보다 젊어도 엄마는 항상 마음속에 엄마로 남아있을 것이다. 엄마는 살아서도 먼 나라에 가서도 자식에게 늘 따뜻함으로 남아서 마음이 추운 날에는 그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이문재 시인의 시집 「혼자의 넓이」는 혼자 있음이 넓고 깊어질 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향기로울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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