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 시인의 「집은 아직 따뜻하다」 시집 속 "국수가 먹고 싶다, 울산바위, 달이 자꾸 따라와요"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를 읽으며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국수가 먹고 싶다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 p43
울산바위
그전에
아주 그전에
울산바위가 뱃길로 금강산 가다가
느닷없이 바다가 산이 되는 바람에
설악산 중턱에 걸터앉게 되었는데요
지금도 바람이 몸을 두드릴 때마다
파도소리가 나는 건 다 그 때문이지요
사람들아 모여라
꽃단풍 물단풍 곱게 들고
동해 미치도록 푸른 날
울산바위 내려 타고
가다 만 금강산 가자.
- p28
달이 자꾸 따라와요
어린 자식 앞세우고
아버지 제사 보러 가는 날
- 아버지 달이 자꾸 따라와요
- 내버려둬라 달이 심심한 모양이다
우리 부자가
천방둑 은사시나무 이파리들이
지나가는 바람에 솨르르솨르르
몸 씻어내는 소리 밟으며
쇠똥냄새 구수한 판길이 아저씨네 마당을 지나
옛 이발소집 담을 돌아가는데
아버짓적 그 달이 아직 따라오고 있었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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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고 나서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일은 내 뜻처럼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때로는 어떤 상황에서 마음을 다칠 때면 세상은 해저무는 저녁처럼 쓸쓸하게 느껴이고 배고프지 않아도 허기가 지는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함께 있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사람과 속이 따뜻해지는 국수를 먹는 것도 좋을 것이다. 국수의 따뜻한 국물이 춥고 허기진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줄 테니까.
이상국 시인의 시를 읽고 있으면 시간을 넘어서 마음이 치유받는 느낌이 든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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