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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ㅣ마종기 - 이름 부르기 / 알래스카 시편

코스모스피다 2021. 11. 10. 10:00

 

 

 

마종기 시인의 시집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를 소개합니다. "이름 부르기, 알래스카 시편" 두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를 읽으며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종기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마종기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제목 :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저자 : 마종기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이름 부르기

 

우리는 아직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검은 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 앉아

막막한 소리로 거듭 울어대면

 

어느 틈에 비슷한 새 한 마리 날아와

시치미 떼고 옆 가지에 앉았다

가까이서 날개로 바람도 만들었다

 

아직도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그 새가 언제부턴가 오지 않는다

아무리 이름 불러도 보이지 않는다

 

한적하고 가문 밤에는 잠꼬대 되어

같은 가지에서 자기 새를 찾는 새

 

방 안 가득 무거운 편견이 가라앉고

멀리 이끼 낀 기적 소리가 낯설게

밤과 밤 사이를 뚫다가 사라진다

 

가로등이 하나씩 꺼지는 게 보인다

부서진 마음도 보도에 굴러다닌다

 

이름까지 감추고 모두 혼자가 되었다

우리는 아직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 p16~p17

 

 

 

알래스카 시편 1

 

1

 

네가  올 때까지는

물소리밖에 없었다

높은 빙산이 녹아 흐르는

연둣빛 물소리밖에 없었다

 

네가 오고 나서야 비로소

분홍빛의 밝고 진한 꽃들이

산과 골을 덮으면서 피어났다

그리고 바람이 늦게 도착했다

 

분홍 꽃들이 바람과 춤추고

가문비나무들은 그늘 쪽에 서서

장단에 맞추어 몸을 흔들었다

 

왁자하던 꽃들이 잠잠해지자

저녁이 왔다. 정말이다

네가 여기 올 때까지는

물소리밖에 없었다

 

세상에서 움직이는 것은

물소리밖에 없었다.

 

 

 

 

 

 

2

 

당신은 머리를 잠시 들어

주위를 살폈을 뿐이라고 하지만

당신이 와서야 파란 하늘이 생겼다

 

정말이다. 지난날의 솜 덩어리들

하늘 밑에 구름도 생겼다

잡초 꽃들이 고개 한 번 숙인 것 같은데

양쪽으로 분홍빛 길이 만들어졌다

 

저 높은 끝에서 여기까지 오는 길

누구도 걸어보지 않은 길로

당신이 화해를 하자며 다가왔다

 

정말이다. 잡은 당신의 손이

따뜻하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내가 걸어가야 할 남은 길이

옛날같이 다정하고 확실하게 보였다.

- p32~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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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읽고 나서 

 

"가로등이 하나씩 꺼지는 게 보인다. 부서진 마음도 보도에 굴러다닌다. 이름까지 감추고 모두 혼자가 되었다. 우리는 아직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아직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무언가 표현할 수 없는 그립고도 아련한 마음이 느껴진다.

 

 

"당신은 머리를 잠시 들어 주위를 살폈을 뿐이라고 하지만 당신이 와서야 파란 하늘이 생겼다."

 

"잡은 당신의 손이 따뜻하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내가 걸어가야 할 남은 길이 옛날같이 다정하고 확실하게 보였다."

 

당신으로 인해 마음은 파란 하늘이 되고 당신과 다시 잡은 손으로 인해 남은 길은 행복한 길이 된다. 소중한 당신으로 인해.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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