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추천/인생 시

시집ㅣ도종환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코스모스피다 2021. 11. 14. 10:00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시집 속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여백"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마음에 담고 싶은 시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 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패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가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턱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p38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몹시도 괴로웠다

어깨 위에 별들이 뜨고

그 별이 다 질 때까지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사람이 멀게만 느껴지는 날에는

내가 그에게 처음 했던 말들을 생각했다

 

내가 그와 끝까지 함께하리라

마음먹던 밤

돌아오면서 발걸음마다 심었던

맹세들을 떠올렸다

 

그날의 내 기도를 들어준 별들과

저녁하늘을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도 다 모르면서

미움을 더 아는 듯이 쏟아버린

내 마음이 어리석어 괴로웠다.

- p51

 

 

 

도종환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여백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 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 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 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 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 p19

 

 

 

함께 보면 좋은 글

류시화 -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시집ㅣ김현성 시 - 가을 우체국 앞에서

김현성 작곡가님의 시집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소개합니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 사랑이란, 느티나무, 오래된 편지" 네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를 읽으며 가을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제

cosmos72.tistory.com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 자작나무

명상 글 - 가을 코스모스 시

한용운 - 사랑하는 까닭/당신을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시 - 어머니의 편지 / 문정희

 

 

 

 


 

 시를 읽고 나서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힘든 고난의 길이었더라도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 길들은 내가 지나와야 했던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고난이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들었고 내가 지금 이 모습으로 서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아름다움을 받치고 있는 것은 소리없이 존재하는 여백이다. 여백으로 말미암아 여백 앞에 서 있는 모든 것은 그 모습이 더 선명해진다. 마음도 번잡한 생각으로 꽉 차 있는 사람보다 텅 빈 고요함이 있는 사람이 더 아름답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구독, 하트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