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 님의 「님의 침묵」 시집 속 "사랑하는 까닭, 당신을 보았습니다, 해당화, 당신의 편지" 네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시를 읽으며 의미 있는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사랑하는 까닭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당신을 보았습니다
당신이 가신 뒤로
나는 당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까닭은 당신을 위하느니보다
나를 위함이 많습니다
나는 갈고 심을 땅이 없으므로
추수가 없습니다
저녁거리가 없어서 조나 감자를 꾸러
이웃집에 갔더니
주인은 '거지는 인격이 없다.
인격이 없는 사람은 생명이 없다.
너를 도와주는 것은 죄악이다'고 말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돌아나올 때에
쏟아지는 눈물 속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나는 집도 없고
다른 까닭을 겸하여 민적이 없습니다
'민적이 없는 자는 인권이 없다
인권이 없는 너에게 무슨 정조냐'하고
능욕하려는 장군이 있었습니다
그를 항거한 뒤에
남에게 대한 격분이 스스로의 슬픔으로
화하는 찰나에 당신을 보았습니다
아아 온갖 윤리, 도덕, 법률은
칼과 황금을 제사 지내는 연기인 줄을 알았습니다
영원의 사랑을 받을까
인간 역사의 첫 페이지에 잉크칠을 할까
술을 마실까 망설일 때에
당신을 보았습니다.
해당화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합니다
철 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이고
'너는 언제 피었니'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당신의 편지
당신의 편지가 왔다기에
꽃밭 매던 호미를 놓고 떼어보았습니다
그 편지는 글씨는 가늘고 글줄을 많으나
사연은 간단합니다
만일 님이 쓰신 편지이면
글은 짧을지라도 사연은 길 터인데
당신의 편지가 왔다기에
바느질 그릇을 치워놓고 떼어보았습니다
그 편지는 나에게 잘 있느냐고만 묻고
언제 오신다는 말은 조금도 없습니다
만일 님이 쓰신 편지이면
나의 일은 묻지 않더라도
언제 오신다는 말을 먼저 썼을 터인데
당신의 편지가 왔다기에
약을 달이다 말고 떼어보았습니다
그 편지는 당신의 주소는
다른 나라의 군함입니다
만일 님이 쓰신 편지이면
남의 군함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편지에는 군함에서 떠났다고 하였을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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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고 나서
한용운 님의 "당신을 보았습니다" 시는 읽고 나서 한참 동안 여운이 남았다. 나라 잃은 자의 슬픔, 그리고 적을 항거한 뒤에 인간으로서 가지는 슬픔, 영원한 님에 대한 사랑과 인간적 명예 가운데 서 있었던 시인의 마음이 느껴져 시 구절이 머릿속을 자꾸만 맴돌았다.
"그를 항거한 뒤에 남에게 대한 격분이 스스로의 슬픔으로 화하는 찰나에 당신을 보았습니다."
"영원의 사랑을 받을까 인간 역사의 첫 페이지에 잉크칠을 할까 술을 마실까 망설일 때에 당신을 보았습니다."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이곳과 만나는 모든 이들이 더 감사하게 생각되는 하루다. 내 마음에도 당신을 꽃피우겠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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