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시 「즐거운 편지」 시집을 소개합니다. 시집 속 "즐거운 편지/황동규, 바람의 말/마종기, 나뭇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나희덕, 편지 3/이성복" 네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이 시집은 여러 시인들의 마음을 담은 편지에 대한 시가 담겨있습니다.
제목 : 즐거운 편지
저자 : 황동규 외 지음
출판사 : Human & Books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즐거운 편지
- 황동규 -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바람의 말
- 마 종 기 -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하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의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나뭇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
편지 2
- 나 희 덕 -
세상이 나를 잊었는가 싶을 때
날아오는 제비 한 마리 있습니다
이젠 잊혀도 그만이다 싶을 때
갑자기 날아온 새는
내 마음 한 물결 일으켜놓고 갑니다
그러면 다시 세상 속에 살고 싶어져
모서리가 닳도록 읽고 또 읽으며
누군가를 기다리게 되지요
제비는 내 안에 깃을 접지 않고
이내 더 멀고 아득한 곳으로
날아가지만 새가 차고 날아간
나뭇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
그 여운 속에서 나는 듣습니다
당신에게도
쉽게 해 지는 날 없었다는 것을
그런 날 불렀을 노랫소리를.
편지 3
- 이 성 복 -
그곳에 다들 잘 있느냐고
당신이 물었지요
어쩔 수 없이 모두 잘 있다고
나는 말했지요
전설 속에서처럼
꽃이 피고 바람 불고
십리 안팎에서
바다는 늘 투정을 하고
우리는 오래 떠돌아다녔지요
우리를 닮은 것들이 싫어서······
어쩔 수 없이 다시 만나
가까워졌지요
영락없이 우리에게 버려진 것들은
우리가 몹시 허할 때 찾아와
몸을 풀었지요
그곳에 다들 잘 있느냐고
당신은 물었지요
염려 마세요
어쩔 수 없이 모두 잘 있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시와 글
시를 읽고 나서
아름다운 가을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생각나는 사람 하나 둘 있다.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보면 어떨까?
인생에서 마음을 나눈 고마운 사람이나 늘 곁에 있어서 소중함을 표현하지 못한 사랑하는 이에게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거 같다. 그리운 사람 더 그리워지고, 고마운 사람 더 고마워지는, 마음이 높고 푸른 하늘을 닮는 계절.
시를 읽고 나니 내 마음도 한 편의 시가 되어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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