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시인의 「참 좋은 당신」 시집 중 "그리운 꽃편지 5,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해 지는 들길에서"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를 읽으며 편안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그리운 꽃편지 5
밖에 찬바람이 붑니다
이렇게 바람이 부는 날은
당신이 그리워
찬바람 소리 들리는
겨울산에 갑니다
겨울 찬바람 속에서도
꽃망울들은 맺혀 꽃소식 기다립니다
오셔요
꽃망울 터뜨릴 꽃바람으로 오셔요
꽃바람으로 저 푸르른 산맥을 넘어
그대가 달려오면
나도 꽃망울 터뜨리며 꽃바람으로
저 푸르른 산맥을 넘어
찬바람 속을 뚫고 달려가겠어요
밖에 찬바람이 붑니다
이렇게 바람 불어 당신이 그리우면
당신을 찾으러
숨찬 겨울산을 몇 개 더 넘습니다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나 홀로 걷는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지기 전에
그대가 와서
반짝이는 이슬을 텁니다
나는 캄캄하게 젖고
내 옷깃은 자꾸 젖어
그대를 돌아봅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마르기 전에도
숲에는 새들이 날고 바람이 일어
그대를 향애 감추어두었던
길 하나를 그대에게 들킵니다
그대에게 닿을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내 마음 가장자리에서
이슬이 반짝 떨어집니다
산다는 것이나
사랑한다는 일이나
그러한 것들이 때로는 낯설다며
돌아다보면 이슬처럼 반짝 떨어지는
내 슬픈 물음이
그대 환한 손등에 젖습니다
사랑합니다
숲은 끝도 없고
인생도 사랑도 그러합니다
그 숲
그 숲에 당신이 문득
나를 깨우는 이슬로 왔습니다
해 지는 들길에서
사랑의 온기가 더욱더 그리워지는
가을 해거름 들길에 섰습니다
먼 들 끝으로
해가 눈부시게 가고
산그늘도 묻히면
길가의 풀꽃처럼 떠오르는
그대 얼굴이
어둠을 하얗게 가릅니다
내 안의 그대처럼
꽃들은 쉼없이 살아나고
내 밖의 그대처럼
풀벌레들은
세상의 산을 일으키며 웁니다
한 계절의 모퉁이에
그대 다정하게 서 계시어
춥지 않아도 되니
이 가을은 얼마나 근사한지요
지금 이대로 이 길을
한없이 걷고 싶고
그리고 마침내 그대 앞에
하얀 풀꽃
한 송이로 서고 싶어요.
함께 읽으면 좋은 시와 글
도종환 - 담쟁이 / 꽃씨를 거두며 / 가을 사랑 / 우산
시를 읽고 나서
세상의 수많은 말중에 시인은 어디서 이렇게 아름다운 언어를 데려왔을까 놀랍고 감탄하며 시를 읽었다. 사람마다 색깔이 다르듯 시인마다 시의 색깔이 다르게 느껴지는 건 시를 읽는 또다른 즐거움이다.
"꽃바람으로 저 푸르른 산맥을 넘어 그대가 달려오면 나도 꽃망울 터뜨리며 꽃바람으로 저 푸르른 산맥을 넘어 찬바람 속을 뚫고 달려가겠어요"
"어린 참나무 잎이 지기 전에 그대가 와서 반짝이는 이슬을 텁니다"
"내 안의 그대처럼 꽃들은 쉼없이 살아나고 내 밖의 그대처럼 풀벌레들은 세상의 산을 일으키며 웁니다"
김용택 시인의 시는 아름답다는 말로 다 표현해낼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느껴져 읽는내내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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