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성 작곡가님의 시집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소개합니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 사랑이란, 느티나무, 오래된 편지" 네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를 읽으며 가을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제목 : 「가을 우체국 앞에서」
저자 : 김현성
출판사 : 아선미디어
마음에 담고 싶은 시
가을 우체국 앞에서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노오란 은행잎들이 바람에 날려가고
지나는 사람들 같이
저 멀리 가는 걸 보네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
한여름 소나기 쏟아져도
굳세게 버틴 꽃들과
지난 겨울 눈보라도
우뚝 서 있는 나무들 같이
하늘 아래 모든 것들이
저 홀로 설 수 있을까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우연한 생각에 빠져 날 저물도록 몰랐네.
- p13
사랑이란
사랑이란
별다른 것이 아닙니다
당신과 곱게 늙고 싶다는 것입니다
당신은 나에게
둘이 된
고독을 가르쳐 주고
나는 당신에게
둘이 된 그리움을 가르쳐 줍니다
사랑이란
서로에게
위로의 대명사가 되는 것입니다
눈길에 빗나간 가난한 발자국,
그 발자국을 따라가며
꽃씨를 심는
사람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사랑이란
별다른 것이 아닙니다
항상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사랑합니다
당신은 나에게
둘이 된 고독을 가르쳐 주고
나는 당신에게 둘이 된
그리움을 가르쳐 줍니다.
- p32~p33
느티나무
함께 갈 수 없다면
그대와 함께 갈 수 없다면
나는 여기 오랫동안 서 있는
느티나무가 되겠습니다
언젠가 그대 돌아와 쉴 수 있는
정갈한 그늘 한 뼘 준비하며
비바람 몰아치는 날에도 서 있을
느티나무가 되겠습니다
그리하여 그대가 굳게 딛고 설
이 땅을 위하여
깊은 땅 속을 지탱하는
질긴 뿌리들의 실핏줄이 되겠습니다
땅 속에서도 따뜻한 손들이 엉켜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땅 속에 어둠만 있는 것이 아님을
그대가 알 수 있을 때까지
나는 더 깊은 뿌리가 되겠습니다
- p39
오래된 편지
좋은 날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갑자기 눈물이 납니다
좋은 날 함께 기뻐해 줄
그대 생각에 눈물이 납니다
가난한 연인들이 걸었던 길을
그대와 함께 걸으며
푸른 하늘을 볼 때 눈물이 납니다
나 홀로 걸어야 할 길을
그대가 함께 걸어주어 눈물이 납니다
내가 사랑하는 작은 꽃들을
함께 바라봐주어 감사합니다
내가 돌아보는 노을을
함께 어깨에 올려놓고
지나간 슬픈 얘기를 들어주어 감사합니다
그대의 기억 속에
나에 대한 미움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 때문이겠지요
그러기에 그대의 미움 또한 감사합니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들의 기억은
바로 사랑과 미움이 함께 있을 때입니다
살아 있는 동안 사랑만을 얘기하고
사랑만을 기억하려 했었지요
이제 내가 나를 떠날 때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할 줄 아는 것은
진실로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 p76~p77
함께 보면 좋은 글
양재진, 양재웅 - 내 마음을 나도 모를 때 "직장 스트레스"
시를 읽고 나서
김현성 님은 작곡가이면서 가수, 음악 프로듀서 또 시인이시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 시를 읽고 있으니 저만치서 윤도현 님의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거 같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 노래 속에는 김현성 님의 아름다운 가사가 있다.
"좋은 날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갑자기 눈물이 납니다. 좋은 날 함께 기뻐해 줄 그대 생각에 눈물이 납니다. 가난한 연인들이 걸었던 길을 그대와 함께 걸으며 푸른 하늘을 볼 때 눈물이 납니다. 나 홀로 걸어야 할 길을 그대가 함께 걸어주어 눈물이 납니다."
사랑은 좋은 날도 가난한 날도 함께 하는 것임을 함께 하는 사람이 옆에 있어 세상이 아름다움을 시를 읽으며 마음속 깊이 와닿았다.
시집 속에 시들은 모두 아름다워서 몇 편만 소개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시가 마음에 드신다면 시집을 꼭 읽어보시면 좋을 거 같다. 가을에 시가 필요한 모든 분들에게 이 시집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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