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추천/사랑 시

시집ㅣ류해욱 신부님 - 묵향 - 그대 안에 사랑이 머물고

코스모스피다 2021. 10. 30. 10:00

 

 

 

류해욱 신부님의 시집 「그대 안에 사랑이 머물고」를 소개합니다. "묵향, 시간의 해변, 그대는 내게 말했습니다 2"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류해욱 신부님 묵향
류해욱 신부님 묵향

 

 

 

 

제목 : 「그대 안에 사랑이 머물고」

저자 : 류해욱 신부

출판사 : 바오로딸

 

 

 마음에 담고 싶은 시 

 

묵향

 

빈 마음으로

대청에 앉아 먹을 갑니다

먹은 손으로 가는 것이 아닙니다

먹은 마음으로 갑니다

 

마음으로 먹을 갈며

당신의 마음을 갑니다

묵향이 내당을 가득 채웁니다

 

가만히

연적에 담긴 물을 바라봅니다

물은 생명의 연원

벼루 위에 부어지기까지

강처럼 긴 시간을 기다려 왔습니다

 

연적에 담긴 물을 바라보며

우리들 기다림의 시간을 생각합니다

기다림 속에는 만남이 담겨 있습니다

 

화선지 위에 먹을 달려

당신의 삶을 써 내려갑니다

꿈틀거리는 먹은 삶의 외침입니다

삶은 강이 되어 흐릅니다

 

안개 자욱한 강 위로

새가 날아오릅니다.

- p61~p62

 

 

 

 

시간의 해변

 

해 저무는 저녁 시간

길게 그림자 드리우고 해변을 걸으며

시간의 해변 위에 새겨진

발자국 바라보네

 

바닷물이 흐르듯

시간이 흘러 여기까지 왔나니

파도여, 그대 아는가?

발자국 끝에 걸려 있는 그리움

 

내일도

시간의 해변에

남겨놓을 너와 나의 발자국

사랑이어야 함을 생각하며

오래 바라보네.

- p83

 

 

 

 

 

 

 

그대는 내게 말했습니다 2

 

그대는 내게 말했습니다

꽃의 향기를 맡을 때는 눈을 감으라고

바람의 숨결을 느낄 때는 눈을 감으라고

사랑하는 이를 안을 때는 눈을 감으라고요

 

꽃의 향기에 눈을 감고

가만히 듣습니다

꽃잎들이 나누는 사랑의 언어를

거기 하느님이 뿜어내는 향기를

 

바람의 숨결에 눈을 감으니

아련히 들려옵니다

그대의 아름다운 밀어

 

그대는 내게 말했습니다

바람이 생겨난 곳

그곳의 고요를 느껴보라고

 

사랑하면 알게 되니

사랑할 수 없거든

다만 눈을 감고 하느님을 느껴보라고

 

눈을 감고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들이쉬고 내쉬는 숨결에도

들에 핀 한 송이 국화에도

불어오는 바람에도

그대의 눈 속에도

하느님이 담겨 있음을.

- p75~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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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읽고 나서 

 

 

"빈 마음으로 대청에 앉아 먹을 갑니다. 먹은 손으로 가는 것이 아닙니다. 먹은 마음으로 갑니다. 마음으로 먹을 갈며 당신의 마음을 갑니다."

 

빈 마음으로 먹을 갈면 고요함으로 채워지는 당신, 오래도록 기다려온 당신, 절대자에 대한 사랑과 기다림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다.

 

 

"눈을 감고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들이쉬고 내쉬는 숨결에도 들에 핀 한 송이 국화에도 불어오는 바람에도 그대의 눈 속에도 하느님이 담겨 있음을."

 

신의 사랑 속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단 한순간도 그 품을 떠난 적이 없음을, 눈을 감고 번잡한 마음이 사라진 그 너머의 고요함 속에서 보면 우리는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신부님의 아름다운 시는 다시 한번 그 사랑을 일깨워 준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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