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시인의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를 소개합니다. 시를 읽으며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제목 :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저자 : 류시화
출판사 : 푸른숲
마음에 담고 싶은 시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물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p14
슬픔에게 안부를 묻다
너였구나
나무 뒤에 숨어 있던 것이
인기척에 부스럭거려서
여우처럼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이
슬픔, 너였구나
나는 이 길을 조용히 지나가려 했었다
날이 저물기 전에 서둘러
이 겨울 숲을 떠나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를 깨우고 말았구나
내가 탄 말도 놀라서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숲 사이 작은 강물도 울음을 죽이고
잎들은 낮은 곳으로 모인다
여기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또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한때 이곳에 울려 퍼지던 메아리의 주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무들 사이를 오가는
흰새의 날개들 같던 그 눈부심은
박수치며 날아오르던 그 세월들은
너였구나
이 길 처음부터 나를 따라오던 것이
서리 묻은 나뭇가지를 흔들어
까마귀처럼 놀라게 하는 것이
너였구나
나는 그냥 지나가려 했었다
서둘러 말을 타고
이 겨울 숲과 작별하려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에게 들키고 말았구나
슬픔, 너였구나
- p87
세월
강물이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네
저물녘 강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홀로 앉아 있을 때
강물이 소리 내어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네
그대를 만나 내 몸을 바치면서
나는 강물보다 더 크게 울었네
강물은 저를 바다에
잃어버리는 슬픔에 울고
나는 그대를 잃어버리는 슬픔에 울었네
강물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먼저 가보았네
저물녘 강이 바다와 만나는
그 서러운 울음을 나는 보았네
배들도 눈물 어린 등불을 켜고
차마 갈대숲을 빠르게 떠나지 못했네.
- p16
함께 보면 좋은 글
시를 읽고 나서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그대를 만나기 위해서는 내 깊은 마음속, 가장 맑은 곳으로 가야 한다. 물처럼 하늘처럼 맑고 깊은 내 안에서 그대는 항상 밝게 빛나고 있지만 그대를 만나러 가는 길은 멀다.
내 수많은 번뇌와 생각을 지나야 그대를 만날 수 있기에. 오늘도 그대는 내 안에서 나를 흔들어 깨우고 있다. 맑은 그대를 만나기 위해 깨끗하게 마음을 단장하고 길을 나선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한때 너무도 유명했던 시집이고 유명했던 시이다. 아마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집안에 한 권씩 있을지도 모른다.
류시화 시인의 시는 아름다움을 넘어서서 삶의 깊은 통찰이 있기에 사람들의 마음에 더 깊이 다가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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