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추천/인생 시

시집ㅣ윤동주 시 - 서시/참회록/길

코스모스피다 2021. 10. 17. 10:00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 시집 중에서 "서시, 참회록, 쉽게 씌어진 시, 길" 네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행복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윤동주 서시, 참회록
윤동주 서시, 참회록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서시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p13


 

 

참회록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24년 1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습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 p14~p15


 

 

 


쉽게 씌어진 시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p23~p24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p33~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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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읽고 나서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습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시를 읽으며 잔잔한 슬픔이 느껴진다. 어려운 시기를 살다 간 젊은 시인의 고뇌와 슬픔, 그럼에도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며 읽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 애쓴 흔적들이 시에 오롯이 녹아있다.

 

어려운 시기를 의롭게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 길을 택하고 자신을 희생했던 그 시절 모든 분들에게 깊은 감사함이 드는 하루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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