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추천/인생 시

시집ㅣ윤동주 시 - 자화상/별 헤는 밤

코스모스피다 2021. 10. 3. 10:00



윤동주 시인의 시집 「자화상」을 소개합니다. "자화상, 코스모스, 별 헤는 밤"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를 읽으며 아름다운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윤동주 자화상



제목 : 「자화상」
저자 : 윤동주
출판사 : 맑은소리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서는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p80


코스모스


청초한 코스모스는
오직 하나인 나의 아가씨

달빛이 싸늘히 추운 밤이면
옛 소녀가 못 견디게 그리워
코스모스 핀 정원으로 찾아간다

코스모스는
귀뚜라미 울음에도 수줍어지고

코스모스 앞에선 나는
어렸을 적처럼 부끄러워지나니

내 마음은 코스모스의 마음이요
코스모스의 마음은 내 마음이다.
- p100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가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 p93~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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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고 나서


윤동주 님은 일제강점기 때의 시인이고 독립운동가다. 그의 시에는 삶에 대한 고뇌, 독립에 대한 소망, 자신의 행적을 반성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일본 유학 중 독립운동 혐의로 체포되어 복역하던 중 감옥에서 세상을 떠났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시를 읽으면 자신의 행적을 부끄러워하는 잔잔한 슬픔이 느껴진다. 어려운 시기를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삶의 고뇌가 있었을까? 짧은 생을 일제의 강압과 회유책에 변절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다 간 윤동주 시인. 시 속에는 그의 고뇌, 그의 소망, 그의 진심이 아름답게 녹아있기에 세월이 지나도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것 같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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