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추천/인생 시

시집ㅣ나희덕 -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산속에서

코스모스피다 2021. 10. 24. 10:00

 

 

나희덕 시인의 시집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를 소개합니다.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산속에서, 해질녘의 노래" 세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와 함께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제목 :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저자 : 나희덕

출판사 : 창작과 비평사

 

 

 

 마음에 담고 싶은 시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살았을 때의 어떤 말보다

아름다웠던 한마디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그 말이 잎을 노랗게 물들였다

 

지나가는 소나기가 잎을 스쳤을 뿐인데

때로는 여름에도 낙엽이 진다

온통 물든 것들은 어디로 가나

사라짐으로 하여

남겨진 말들은 아름다울 수 있었다

 

말이 아니어도 잦아지는 숨소리,

일그러진 표정과

차마 감지 못한 두 눈까지도

더이상 아프지 않은 그 순간

삶을 꿰매는 마지막 한 땀처럼

낙엽이 진다

 

낙엽이 내 젖은 신발창에 따라와

문턱을 넘는다, 아직은 여름인데.

- p84~p85

 

 

 

나희덕 산속에서

 

 

 

산속에서

 

길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산속에서 밤을 맞아본 사람은 알리라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산줄기보다

얼마나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주는지

 

먼 곳의 불빛은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을.

- p73

 

 

 

 

 

해질녘의 노래

 

아직은 문을 닫지 마셔요

햇빛이 반짝거려야 할 시간은

조금 더 남아 있구요

새들에게는 못다 부른

노래가 있다고 해요

 

저 궁창에는 내려야 할

소나기가 떠다니고요

우리의 발자국을 기다리는 길들이

저 멀리서 흘러오네요

 

저뭇한 창 밖을 보셔요

혹시 당신의 젊은 날들이 

어린 아들이 되어

돌아오고 있을지 모르잖아요

 

이즈막 지치고 힘든 날들이었지만

아직은 열려 있을 문을 향해서

힘껏 뛰어오고 있을 거예요

 

잠시만 더 기다리세요

이제 되었다고 한 후에도 

열은 더 세어보세요

그리고 제 발로 걸어 들어온 것들은

아무것도 내쫓지 마셔요

어둠의 한 자락까지 따라 들어온다 해도

문틈에 낀 그 옷자락을 찢지는 마셔요.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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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읽고 나서 

 

"온통 물든 것들은 어디로 가나 사라짐으로 하여 남겨진 말들은 아름다울 수 있었다."

 

때로 우리에게서 사라짐으로 하여 남겨진 것들은 더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늘 있을 때는 소중함을 잊고 살기 때문 아닐까.

 

 

"먼 곳의 불빛은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을."

 

길을 잃었을 때 먼 곳에서 빛나는 불빛은 우리에게 걸어갈 수 있는 희망을 준다. 삶에서 길을 잃었을 때도 누군가의 한마디, 따뜻한 위로가 삶에서 길을 찾는 불빛이 될 수도 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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