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추천/인생 시

시집ㅣ도종환 -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깊은 가을

코스모스피다 2021. 10. 28. 10:00

 

 

 

도종환 시인의 시집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를 소개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단풍 드는 날, 깊은 가을"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와 함께 행복한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제목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저자 : 도종환

출판사 : 랜덤하우스코리아

 

 

 

 마음에 담고 싶은 시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 p58~p59

 

 

 

도종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단풍 드는 날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 p11

 

 

 

 

 

 

깊은 가을

 

가장 아름다운 빛깔로 멈추어 있는

가을을 한 잎 두 잎 뽑아내며 

저도 고요히 떨고 있는

바람의 손길을 보았어요

 

생명이 있는 것들은 꼭 한 번 이렇게 

아름답게 불타는 날이 있다는 걸 알려주며

천천히 고로쇠나무 사이를 지나가는

만추의 불꽃을 보았어요

 

억새의 머릿결에 볼을 부비다

강물로 내려와 몸을 담그고는

무엇이 그리 좋은지 깔깔댈 때마다

튀어 오르는 햇살의 비늘을 만져 보았어요

 

알곡을 다 내주고 편안히 서로 몸을 베고 누운

볏짚과 그루터기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향기로운 목소리를 들었어요

 

가장 많은 것들과 헤어지면서

헤어질 때의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살며시 돌아눕는 산의

쿨럭이는 구릿빛 등을 보았어요

 

어쩌면 이런 가을날

다시 오지 않으리란 예감에

까치발을 띠며 종종 대는

저녁노을의 복숭아빛 볼을 보았어요

 

깊은 가을,

 

마애불의 흔적을 좇아 휘어져 내려가다

바위 속으로 스미는 가을 햇살을 따라가며

그대는 어느 산기슭 어느 벼랑에서

또 혼자 깊어가고 있는지요.

- p28~p29

 

 

함께 보면 좋은 글

윤동주 시 - 서시/참회록/길

 

 

시집ㅣ천상병 - 새/들국화/나의 가난은

천상병 시인의 「귀천」 시집 중 "들국화, 새, 나의 가난은"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아름다운 시를 읽으며 편안한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들국화 산등성 외따른 데

cosmos72.tistory.com

명상 글 - 가을 명상

반 고흐 영혼의 편지 - 별이 빛나는 밤에

김용택 사랑 시 - 그리운 꽃편지 5 /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시를 읽고 나서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도종환 시인은 어디서 이런 아름다운 언어들을 가지고 왔을까?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을 울린다.

화려하게 피었다 지는 사랑보다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사랑은 은은하고 잔잔함으로 서로에게 함께 했으면 좋겠다. 

 

 

"생명이 있는 것들은 꼭 한 번 이렇게 아름답게 불타는 날이 있다는 걸 알려주며 천천히 고로쇠나무 사이를 지나가는 만추의 불꽃을 보았어요."

 

가을은 아름답게 불타는 날, 만추의 불꽃. 시를 읽으며 아름답게 불타는 가로수와 멀리 떨어진 산에서 반짝이는 단풍나무가 마음에 들어온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구독, 하트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