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시인이 사랑하는 시가 담긴 시집 「시가 내게로 왔다」를 소개합니다. "소나무에 대한 예배, 엄마, 책"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시집 : 「시가 내게로 왔다」
저자 : 김용택
출판사 : 마음산책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소나무에 대한 예배
- 황지우
학교 뒷산 산책하다, 반성하는 자세로,
눈발 뒤집어쓴 소나무, 그 아래에서
오늘 나는 한 사람을 용서하고
내려왔다
내가 내 품격을 위해서
너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것이
나를 이렇게 휘어지게 할지라도,
제 자세를 흐트리지 않고
이 지표 위에서 가장 기품 있는
건목 ; 소나무, 머리에 눈을 털며
잠시 진저리 친다.
- p12
엄마
- 정채봉
꽃은 피었다
말없이 지는데
솔바람은 불었다가
간간이 끊어지는데
맨발로 살며시
운주사 산등성이에 누워 계시는
와불님의 팔을 베고
겨드랑이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엄마···.
- p30
책
- 김수영
책을 한 권 가지고 있었지요
까만 표지에 손바닥만한 작은 책이지요
첫 장을 넘기면 눈이 내리곤 하지요
바람도 잠든 숲 속,
잠든 현사시나무들 투명한 물관만 깨어 있었지요
가장 크고 우람한 현사시나무 밑에
당신은 멈추었지요
당신이 나무둥치에 등을 기대자
비로소 눈이 내리기 시작했지요
어디에든 닿기만 하면 녹아버리는 눈
그때쯤 해서 꽃눈이 깨어났겠지요
때늦은 봄눈이었구요
눈은 밤마다 빛나는 구슬이었지요
나는 한때 사랑의 시들이 씌어진 책을 가지고 있었지요
모서리가 나들나들 닳은 옛날 책이지요
읽는 순간 봄눈처럼 녹아버리는
아름다운 구절들로 가득 차 있는
아주 작은 책이었지요.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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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고 나서
"나는 한때 사랑의 시들이 씌어진 책을 가지고 있었지요. 모서리가 나들나들 닳은 옛날 책이지요. 읽는 순간 봄눈처럼 녹아버리는 아름다운 구절들로 가득 차 있는 아주 작은 책이었지요."
사랑의 시들이 쓰여 있는 아주 작은 책을 읽고 또 읽어서 모서리가 닳아버린. 그런 기억이 나에게도 있다. 좋은 글에는 향기가 나서 읽고 있으면 내 마음에도 향기가 들어온다.
그런 책을 읽고 또 읽어서 손때가 묻고 낡아버리기도 하지만 그 손자국마저 소중한 기억으로 남기도 한다. 좋은 책은 경험하지 않고도 만날 수 있는 다른 이의 선물이다.
김용택 시인의 「시가 내게로 왔다」는 김용택 시인이 사랑하는 시들을 엮은 책이다. 많은 시인들의 아름다운 시들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어 더욱 좋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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