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추천/인생 시

큰 꽃/촛불 - 이문재 시집/시

코스모스피다 2022. 4. 9. 10:00

 

 

 

이문재 시인의 「지금 여기가 맨 앞」 시집 속 "큰 꽃, 촛불, 너는 내 운명"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시와 함께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이문재 시
이문재 시 큰 꽃/촛불

 

 

 

 마음에 담고 싶은 시 

 

큰 꽃

 

꽃을 내려놓고

죽을힘 다해 피워놓은

꽃들을 발치에 내려놓고 

봄나무들은 짐짓 연초록이다

 

꽃이 져도 너를 잊은 적 없다는

맑은 노래가 있지만

꽃 지고 나면 봄나무들

제 이름까지 내려놓는다

산수유 진단래 철쭉 라일락 산벚-

꽃 내려놓은 나무들은

신록일 따름 푸른 숲일 따름

 

꽃이 피면 같이 웃어도

꽃이 지면 같이 울지 못한다

꽃이 지면 우리는 너를 잊는 것이다

꽃 떨군 봄나무들이

저마다 다시 꽃이라는 사실을

저마다 더 큰 꽃으로 피어나는 사태를

눈 뜨고도 보지 못하는 것이다

 

꽃은 지지 않는다

나무는 꽃을 떨어뜨리고

더 큰 꽃을 피워낸다

나무는 꽃이다

나무는 온몸으로 꽃이다.

- p36~p37

 

 

 

촛불

 

촛불은

언제나 자기 몸의 맨 위

자기 몸의 한가운데 살아 있다

 

촛불은

언제나 자기 생의 절정을

자기 생으로 녹여낸

눈물의 한가운데다

 

촛불은

언제나 자기 몸의 가장 환한 곳

가장 높은 곳이다

그래서 흔들리는 것이다

 

오로지

자기 몸에 뿌리내리는 꽃

그래서 촛불은 언제나 낮아진다

언제나 낮아지면서도

언제나 자기 몸에서 가장 높은 곳

 

촛불은

가장 높은 곳에서 태어나

가장 낮은 곳에서 사라진다

자기 몸을 전부 눈물로

자기 눈물을 전부 불로 빛으로

자기 생을 끝까지

전부 꽃으로 피워낸다.

- p38~p39

 

 

 

 

 

 

너는 내 운명

 

예술가란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가 없어서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지식인이란

인류를 사랑하느라

한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성인이란

우주 전체를 사랑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없앤 사람이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몰라서

풀 한 포기조차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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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읽고 나서  

 

"촛불은 가장 높은 곳에서 태어나 가장 낮은 곳에서 사라진다. 자기 몸을 전부 눈물로 자기 눈물을 전부 불로 빛으로 자기 생을 끝까지 전부 꽃으로 피워낸다."

 

촛불을 가만히 관찰해보면 자기 몸을 태워서 빛으로 꽃으로 환하게 세상을 밝힌다. 빛이 아름답게 피어날수록 자신은 점점 낮아지는 겸허함.

 

아름답게 피어 오를수록 겸손해지라고 가르쳐주는 것 같다. 높은 데서 빛날수록 낮아지라고 가르쳐주는 것 같다.

 

 

 

 

 

 

시를 읽으며 촛불을 심오하게 묘사한 시인의 한마디 한마디가 촛불과 인생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문재 시인의 시는 인생을 깊이 있게 음미하게 만드는 힘이 느껴진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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