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환 시인의 「깃발, 나부끼는 그리움」 시집 속 "행복, 너에게, 행복은 이렇게 오더니라"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시를 읽으며 평안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행복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숫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봇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 p16
너에게
물 같이 푸른 조석이
밀려 가고 밀려 오는 거리에서
너는 좋은 이웃과
푸른 하늘과 꽃을 더불어 살라
그 거리를 지키는 고독한 산정을
나는 밤마다 호올로 걷고 있노니
운명이란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피할 수 있는 것을
피하지 않음이 운명이니라.
- p50
행복은 이렇게 오더니라
마침내 행복은 이렇게 오더니라
무량한 안식을 거느린 저녁의 손길이
집도 새도 나무도 마음도 온갖 것을
소리 없이 포근히 껴안으며 껴안기며
그리하여 그지없이 안온한 상냥스럼 위에
아슬한 조각달이 거리 위에 내걸리고
등들이 오르고
교회당 종이 고요히 소리를 흩뿌리고
그립고 애달픔에 꾸겨진 혼 하나
이제 어디메에 숨 지우고 있어도
행복은 이렇게 오더니라
귀를 막고
그리고 외로운 사람은
또한 그렇게 죽어 가더니라.
- p54
함께 보면 좋은 글
시집ㅣ나태주 시 - 그리움 / 내가 너를 / 별 / 꽃
시를 읽고 나서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인정의 꽃밭.
세상이 고달프게 느껴질 때 의지삼고 기댈 수 있는 사람.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의지하고 또 의지가 되어주며 서로 다독이며 살아간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너와 내가 만나 우리를 만들며 살아갈 때 행복이란 선물이 자연스럽게 도착한다. 지금 행복하지 않다면 나 홀로 고립되었다는 생각에 들어있지 않는지, 그렇다면 먼저 손을 내밀어 소중한 사람의 손을 맞잡아야 하지 않을까?
유치환 시인의 시 "행복"은 학창시절부터 즐겨 읽던 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행복한 시로 기억되어 있을 것이다. 시를 읽으며 다시 한 번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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