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시인의 시집 「사월 바다」 중에서 "별을 향한 변명, 해장국, 화"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시를 읽으며 편안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별을 향한 변명
별들이 우리를 보며
눈빛을 반짝이는 거라고 믿었다
밤마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을 꿈꾸었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사람들은 모두 선한 씨앗을
지니고 있다고 믿었다
사랑이 손짓해 부르면
그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고
물불 안 가리고 사랑의 강물에 뛰어들었다
이길 수 없는 것들에게 싸움을 걸었다
판판이 깨지고 나서도
지지 않았다고 우겼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데도 희망을 이야기했다
시인이 아름다운 꿈을 꾸지 않으면
누가 꿈을 꾸겠느냐고 시를 썼고
견딜 수 없는 걸 견디면서도
사람들에게 포기하지 말자고 편지를 썼다
이 길을 꼭 가야 하는 걸까 물어야 할 때
이 잔이 내가 받아야 할 잔인지
아닌지를 물었다
우리가 꾼 꿈이
이루어지는 것인지 별에게 묻고
별이 대답하기도 전에 내가 먼저
꿈꾸고 사랑하고 길을 떠나자고 속삭였다
그것들이 내 불행한 운명이 되어가는 걸
별들이 밤마다 내려다보고 있었다.
- p84
해장국
사람에게 받지 못한 위로가 여기 있다
밤새도록 벌겋게 달아오르던 목청은 식고
이기지 못하는 것들을 안고
용쓰던 시간도 가고
분노를 대신 감당하느라
지쳐 쓰러진 살들을 다독이고 쓰다듬어줄
손길은 멀어진 지 오래
어서 오라는 말 안녕히 가라는 말
이런 말밖에 하지 않는
주방장이면서 주인인 그 남자가
힐끗 내다보고는
큰 손으로 나무 식탁에 옮겨다 놓은
콩나물해장국 뚝배기에
찬 손을 대고 있으면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어디서 이렇게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으랴
떨어진 잎들이 정처를 찾지 못해
몰려다니는 창밖은 가을도 다 지나가는데
사람에게서 위로보다는
상처를 더 많이 받는 날
해장국 한 그릇보다
따뜻한 사람이 많지 않은 날
세상에서 받은 쓰라린 것들을
뜨거움으로 가라앉히며
매 맞은 듯 얼얼한 몸 깊은 곳으로 내려갈
한 숟갈의 떨림에 가만히 눈을 감는
늦은 아침.
- p56~p57
화
욕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 던지지 못하고
분을 못 이겨 씩씩거리며 오는데
들국화 한 무더기가 발을 붙잡는다
조금만 천천히 가면 안 되겠냐고
고난을 참는 것보다
노여움을 참는 게 더 힘든 거라고
은행잎들이 놀란 얼굴로 내려오며
앞을 막는다
욕망을 다스리는 일보다
화를 다스리는 게 더 힘든 거라고
저녁 종소리까지 어떻게 알고 달려오고
낮달이 근심 어린 낯빛으로 가까이 온다
우리도 네 편이라고 지는 게 아니라고.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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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고 나서
"사람에게서 위로보다는 상처를 더 많이 받는 날, 해장국 한 그릇보다 따뜻한 사람이 많지 않은 날, 세상에서 받은 쓰라린 것들을 뜨거움으로 가라앉히며 매 맞은 듯 얼얼한 몸 깊은 곳으로 내려갈 한 숟갈의 떨림에 가만히 눈을 감는 늦은 아침."
때로는 마음에 상처가 많은 날이면 그 어떤 말보다 따뜻한 차 한 잔이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상처로 인해 마음이 추운 날이면 따뜻한 음식이 위로가 되는 날이 있다. 따뜻한 음식을 통해 몸을 데우고 나면 시리고 아픈 상처도 녹는 날이 있다.
아마 시인의 늦은 아침은 그런 날이었나 보다. 해장국이 주는 따스함이 시를 통해서 잔잔히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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