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시인의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를 소개합니다. "길이 끝나면, 꽃씨가 난다, 평온한 마음, 누가 조용히 생각하는 이를 가졌는가" 네 편의 시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제목 :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저자 : 박노해
출판사 : 느린걸음
마음에 담고 싶은 시
길이 끝나면
길이 끝나면 거기
새로운 길이 열린다
한쪽 문이 닫히면 거기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겨울이 깊으면 거기
새 봄이 걸어 나온다
내가 무너지면 거기
더 큰 내가 일어선다
최선의 끝이 참된 시작이다
정직한 절망이 희망의 시작이다.
- p13
꽃씨가 난다
가을바람이 부는 날은
고요히, 고요히,
그가 세상을 떠난다
지금 마악 꽃씨가 난다
한 줌의 영토에 뿌리를 두고
거대한 폭풍우에 흔들리면서
최선을 다해 피어난 작은 꽃
흐린 세상에 맑은 숨결 보내준 풀꽃들이
한 생의 몸을 말려 검은 씨앗에 담고서
흰 날개를 펴고 다음 생을 향해 떠난다
가을바람이 부는 날은
고요히, 고요히,
지금 마악 꽃씨가 난다.
- p19
평온한 마음
자기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
폭풍 속을 걸어가는 자의 마음은
늘 평온을 간직하게 되리라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기 위해
이웃의 가난과 고통을
외면하는 자의 마음은
늘 폭풍우를 간직하게 되리라.
- p63
누가 조용히 생각하는 이를 가졌는가
파도치는 밤바다에서
조용히 생각에 잠긴 이를 본 적이 있다
그는 격류 속에 두 발을 딛고
깊은 생각으로 길어 올린 빛을
어둠 속의 등대처럼 발신하고 있었다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갈 때
긴박한 행동들이 사고능력을 압도할 때
누가 조용히 생각하는 이를 가졌는가
속도 빠른 변화의 한가운데서
심층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직관하는 사람
미래의 눈빛으로 전체를 뚫어보며
시대정신의 나침반이 되어주는 사람
누가 조용히 생각하는 이를 가졌는가
- p71
함께 보면 좋은 글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사랑, 축복의 기도
책을 읽고 나서
박노해 님은 시인이자 노동운동가, 사진작가다. 1980년대 민주화 항쟁으로 저항시를 쓰고 그 시로 인해 무기수가 되어 감옥에 갇혔다. 8년 뒤 석방되어 그 후 20여 년간 국경 너머 가난과 분쟁의 땅에서 평화활동을 펼치고 있다.
"자기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 폭풍 속을 걸어가는 자의 마음은 늘 평온을 간직하게 되리라."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 폭풍 속을 걸어가는 자는 자기보다 이웃을 사랑하는 큰 마음이기에 폭풍 속을 걸어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 자신만을 위하는 삶은 결국 언젠가 폭풍우를 만나게 되지만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은 그로 인해 언젠가 더 큰 사랑을 만나지 않을까. 마음은 내가 뿌린 대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박노해 시인의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는 자신보다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 어두움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하는 시가 담겨있다. 시를 읽으며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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