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달자 시인의 시집 「어머니, 그 비뚤비뚤한 글씨」를 소개합니다. "어머니의 장롱, 이것은 옷이 아니다, 솟대"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제목 : 「어머니, 그 비뚤비뚤한 글씨」
저자 : 신달자
출판사 : 문학수첩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어머니의 장롱
꽃밭이다
노랑 파랑 빨강
어머니의 희망이 방글방글 웃고 있다
찬란한 이부자리
향기 자욱한 꽃베개
멋스런 호랑나비 한 마리
우람하게 날고 있다
그 꿈을 지키시려고
누더기만 덮고
꽃밭 잠 속을
드나들었나
- p28
이것은 옷이 아니다
- 아, 어머니 15
분홍 물들인 명주 치마 저고리
설날 설빔으로 입혀주시며
얘야 이것은 옷이 아니다
그럼 머꼬?
날개다
어린 딸은 그 자리에서
높이높이 날아올랐습니다.
- p57
솟대
긴 장대 위에 새 한 마리
너무 오래
한 자리에 앉아 있다
나는 것을 잊어버렸나
날지 못하고 퍼덕이기만 하는
딸
한 번쯤 솟구쳐 나는 것 보시려고
······
아차 그대로 굳어 버린 내 어머니
- p14
함께 보면 좋은 글
시를 읽고 나서
"꽃밭이다. 노랑 파랑 빨강 어머니의 희망이 방글방글 웃고 있다. 찬란한 이부자리 향기 자욱한 꽃베개"
어린 시절 엄마의 장롱은 결혼할 때 혼수로 해온 수놓은 예쁜 이부자리와 꽃베개가 있었다. 그 시절 엄마가 집을 비우면 엄마의 장롱문을 열고 이불도 꺼내 덮어 보고 옷도 입어보며 놀던 기억이 난다.
"얘야 이것은 옷이 아니다. 그럼 머꼬? 날개다. 어린 딸은 그 자리에서 높이높이 날아올랐습니다."
날개다. 딸에게 날개를 달아주고픈 엄마 마음 아닐까. 딸이 자신의 꿈을 펼치며 훨훨 날기를 바라고 또 바라는 엄마 마음.
이 시집은 오직 어머니를 주제로 쓴 시들만 들어있다. 시를 읽으며 내 인생을 함께 했던 엄마가 무척이나 그리워지고 고마움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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