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추천/위로 시

시집/위로 시 - 이병률 새날/찬란

코스모스피다 2022. 2. 26. 10:00

 

 

 

이병률 시인의 시집 「찬란」을 소개합니다. "새날, 찬란" 두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를 읽으며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이병률 시집 찬란
이병률 시집 찬란

 

 

 

제목 : 찬란

저자 : 이병률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새날

 

가끔은 생각이 나서

가끔 그 말이 듣고도 싶다

 

어려서 아프거나

어려서 담장 바깥의 일들로

데이기라도 한 날이면 들었던 말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거야

 

어머니이거나 아버지이거나

누이들이기도 했다

누운 채로 생각이 스며

자꾸 허리가 휜다는 사실을

들킨 밤에도

 

얼른 자, 얼른 자

 

그 바람에 더 잠 못 이루는 밤에도

좁은 별들이 내 눈을 덮으며 중얼거렸다

얼른 자, 얼른 자

 

그 밤, 가끔은 호수가 사라지기도 하였다

터져 펄럭이던 살들을 꿰맨 것인지

금이 갈 것처럼 팽팽한 하늘이기도 하였다

 

섬광이거나 무릇 근심이거나

떨어지면 받칠 접시를 옆에 두고

지금은 헛되이 눕기도 한다

 

새 한 마리처럼 새 한 마리처럼

이런 환청이 내려앉기도 한다

 

자고 일어나면 개벽을 할 거야

 

개벽한다는 말이 혀처럼 귀를 핥으니

더 잠들 수 없는 밤

조금 울기 위해

잠시만 전깃불을 끄기도 한다.

- p26~p27

 

 

 

 

 

 

찬란

 

겨우내 아무 일 없던 화분에서

잎이 나니 찬란하다

흙이 감정을 참지 못하니 찬란하다

 

감자에서 난 싹을 화분에 옮겨 심으며

손끝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를 듣는 것도

오래도록 내 뼈에 방들이 우는 소리

재우는 일도 찬란이다

 

살고자 하는 일이 찬란이었으므로

의자에 먼지 앉는 일은 더 찬란이리

찬란하지 않으면 모두 뒤처지고

광장에서 멀어지리

 

지난밤 남쪽의 바다를 생각하던 중에

등을 켜려다 전구가 나갔고

검푸른 어둠이 굽이쳤으나

생각만으로 겨울을 불렀으니 찬란이다

 

실로 이기고 지는 깐깐한 생명들이

뿌리까지 피곤한 것도

햇빛의 가랑이 사이로

북회귀선과 남회귀선이 만나는 것도

무시무시한 찬란이다

 

찬란이 아니면 다 그만이다

죽음 앞에서 모든 목숨은

찬란의 끝에서 걸쇠를 건져 올려

마음에 걸 것이니

 

지금껏으로도 많이 살았다 싶은 것은

찬란을 배웠기 때문

그리고도 겨우 일 년을 조금 넘게 살았다는

기분이 드는 것도 다 찬란이다.

- p34~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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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읽고 나서  

 

"어려서 아프거나 어려서 담장 바깥의 일들로 데이기라도 한 날이면 들었던 말,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거야."

 

몸이 아픈 날이나 마음이 아픈 날이면 엄마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거야" 얘기하셨다. 어린 시절 이 말을 들으면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자고 일어나면 거짓말처럼 괜찮기도 하고 옅어지기도 했다. 시간의 힘이었을까? 엄마의 위로의 힘이었을까?

 

나이가 들어 가끔씩 힘든 일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면 스스로에게 말해 줄 때가 있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거야,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거야.'

 

스스로에게 위로를 해주는 날이면 시간의 마법이 마음에 걸려서 마음이 조금씩 누그러지기도 한다. 인생에서 때로는 그 무엇보다 시간이 약일 때가 있다.

 

 

 

 

 

 

 

이병률 시인의 시집 「찬란」은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마음을 시인의 감성으로 깊이 있게 담았다. 시를 읽으며 잔잔한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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