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추천/위로 시

이병률 시인/좋은 시 - 삼월

코스모스피다 2022. 3. 26. 10:00

 

 

 

이병률 시인의 시집 「찬란」 속 "삼월, 온다는 말 없이 간다는 말 없이" 두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시를 읽으며 편안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이병률 시인 시
이병률 시 삼월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삼월

 

따뜻하다고 해야 할 말을

따갑다라고 말하는 사람과

한계령을 넘었지요

 

높다라고 하는 말을

넓다라고 말하는 사람과

한계령에 있었지요

 

깊이 목을 찔린 사람처럼

언제 한번 허물없이 그의 말에

깊이 찔릴 수 있을까 생각했지요

 

첫눈이 나무의 아래를 덮고

그 눈 위로 나무의 잎들이 내려앉고

다시 그 위로 흰 눈이 덮여

그 위로 하얀 새의 발자국이 돋고

 

덮이면서도 지우지 않으려 애쓰는

말이며 손등이며 흉터

 

밖에는 또다시 눈이 오는데

당신은 그것도 모르고

잠들어 있었지요

 

밖에는 천국이 지나가며 말을 거는데

당신은 그것도 모르고

눈 속에 파묻히는 줄도 모르고

 

당신이 모르는 것은 하나가 아니었지요.

- p56~p57

 

 

 

온다는 말 없이 간다는 말 없이

 

늦은 밤 술집에서 나오는데 주인 할머니

꽃다발을 놓고 간다며

마늘 찧던 손으로

꽃다발을 끌어안고 나오신다

 

꽃다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할머니에게

 

이 꽃다발은 할머니한테 어울리네요

가지세요

 

할머니는 한사코 가져가라고 나를 부르고

나는 애써 돌아보지 않는데

 

또 오기나 하라는 말에

온다는 말 없이 간다는 말 없이

꽃 향은 두고

술 향은 데리고 간다

 

좁은 골목은

식물의 줄기 속 같아서

골목 끝에 할머니를 서 있게 한다

 

다른 데 가지 말고

집에 가라는 할머니의 말

 

신(神)에게 가겠다고 까부는 밤은

술을 몇 잔 부어주고서야

이토록 환하고 착하게 온다.

- p46~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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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읽고 나서  

 

"할머니는 한사코 가져가라고 나를 부르고 나는 애써 돌아보지 않는데 또 오기나 하라는 말에 온다는 말 없이 간다는 말 없이 꽃 향은 두고 술 향은 데리고 간다"

 

 

시를 읽으며 그림처럼 장면이 그려진다.

 

꽃을 좋아하는 할머니를 위해 무심히 꽃을 두고 나오는 시인과 그런 시인을 불러 꽃을 전하려는 할머니!

두 사람 사이에 이름 모를 따스함이 느껴진다.

때로는 무심한듯 누군가를 위해 선의를 베풀고 싶은 날이 있다. 시인의 섬세한 마음과 무심한 선의가 시와 함께 잔잔하게 마음에 들어온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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