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추천/인생 시

시집ㅣ안도현 시 - 외롭고 높고 쓸쓸한/너에게 묻는다

코스모스피다 2022. 4. 13. 10:00

 

 

 

안도현 시인의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을 소개합니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 한 장, 우물"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안도현 시집
안도현 외롭고 높고 쓸쓸한

 

 

 

 

제목 : 「외롭고 높고 쓸쓸한」

저자 : 안도현

출판사 : 문학동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너에게 묻는다

 

연탄제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p11

 

 

 

연탄 한 장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 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구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 p12~p13

 

 

 

 

 

 

우물

 

고여 있는 동안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깊은지 모르지만

하늘에서 가끔씩 두레박이 내려온다고 해서

다투어 계층상승을 꿈꾸는 졸부들은

절대 아니다

 

잘 산다는 것은

세상 안에서 더불어 출렁거리는 일

누군가 목이 말라서

빈 두레박이 천천히 내려올 때

서로 살을 뚝뚝 떼어 거기에 넘치도록 담아주면 된다

 

철철 피 흘려주는 헌신이 아프지 않고

슬프지 않은 것은

고여 있어도 어느 틈엔가 새 살이 생겨나 그윽해지는

그 깊이를 우리 스스로 잴 수가 없기 때문이다.

- p86

 

 

 

안도현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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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읽고 나서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상처받을까 두려워 마음을 다 주지 못하고 어느 정도 내가 서 있을 여분을 남겨둔다. 마음을 다 주고 나면 혹시나 밀려올지 모르는 쓸쓸함 때문에.

 

온몸을 다 태워서 누군가의 삶을 따스하게 만드는 연탄처럼 사랑은 힘듦을 감수하고서라도 마음을 다해서 그 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이다.

 

힘들수록 사랑은 더 빛이 나고, 추울수록 누군가를 더욱 따뜻하게 데울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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