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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마을/약속 - 천상병 시 추천

코스모스피다 2022. 2. 13. 10:00

 

 

 

천상병 시인의 시집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중 "마음 마을, 만추, 약속"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시를 읽으며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천상병 시 마음 마을
천상병 시 마음 마을

 

 

 

 마음에 담고 싶은 시 

 

마음 마을

 

내 마음의 마을을

구천동이라 부른다

내가 구씨요 구천만큼

복잡다단한 동네다

 

비록 동네지만

경상남도보다 더 넓고

서울특별시도 될 만하고

또 아주 조그만 동네밖에 안될 때도 있다

 

뉴욕의 마천루 같은

고층건물이 있는가 하면

초가지붕도 있고

태고시대의 동굴도 있다

 

이 마을 하늘에는

사시장철 새가 날아다니고

그렇지 않을 때는

흰구름이 왕창 덮인다

 

이 마을 법률은

양심이 있을 뿐이고

재판소 따위로는

양심법 재판소밖에는 없다

 

여러 가지로 지적하려면

만자도 모자란다

복잡하고 복잡한 이 마음 마을이여.

- p92~p93

 

 

 

만추(晩秋)

- 주일

 

내년 이 꽃을 이을 씨앗은

바람 속에 덧없이 뛰어들어 가지고

핏발 선 눈길로 행방을 찾는다

 

숲에서 숲으로, 산에서 산으로

무전여행을 하다가

모래사장에서 목말라 혼이 난다

 

어린 양 한 마리 돌아오다

땅을 말없이 다정하게 맞으며

안락의 집으로 안내한다

 

마리아,

나에게도 이 꽃의 일생을 주십시오.

- p100

 

 

 

 

 

 

약속

 

한 그루의 나무도 없이

서러운 길 위에서

무엇으로 내가 서 있는가

 

새로운 길도 아닌

먼 길

이 길은 가도 가도 황톳길인데

 

노을과 같이

내일과 같이

필연코 내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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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읽고 나서  

 

"이 마을 법률은 양심이 있을 뿐이고 재판소 따위로는 양심법 재판소밖에는 없다"

 

시인이 말한 마음 마을, 법률은 양심이다. 우리는 세상을 법으로 모두 다스릴 수는 없다. 법으로 강압해도 항상 허점은 있기 마련이다. 세상을 다스릴 수 있는 건 스스로의 양심이다. 개인의 양심이 올바르게 살아날 때 법이 없어도 서로를 위해주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우리의 마음 마을이 바다처럼 넓고 하늘처럼 높고 푸르면 스스로 느끼는 행복한 마음이 주위 사람들에게도 전해질 것이다.

 

천상병 시인의 시는 순수하면서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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