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추천/인생 시

꽃들의 화장 시간 - 이기철 시집

코스모스피다 2022. 6. 15. 10:00

 

 

 

이기철 시인의 시집 「꽃들의 화장 시간」을 전해드립니다. "봉투, 생은 과일처럼 익는다" 두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가 머무르는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꽃들의 화장 시간

 

 

 

제목 : 「꽃들의 화장 시간」

저자 : 이기철

출판사 : 서정시학

 

 

 마음에 담고 싶은 시 

 

봉투

 

봉투를 뜯자 그가 왔다

예쁜 우표처럼 그가 왔다

그는 본래 진객이어서

깨끗한 흰 종이의 길만 골라 딛고 온다

 

그가 걸으면 굽이 많은 길의 가슴이 유순해진다

그는 본래 조심스런 손님이어서

손을 씻고 마음을 잘 말려 맞아야 한다

 

봉투를 열자 아무 글자도 쓰이지 않은 그가 왔다

그러나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하는 것은

너의 잘못이다

 

가장 순하고 깨끗한 말은

읽히지 않는다

아니다, 가장 맑은 속엣것이 다 읽힌다

 

그의 숨소리와 그의 눈빛과

그가 주고자 하는 실핏줄의 마음까지 다 읽힌다

 

봉투를 뜯자 그의 가슴이 왔다

가위가 닿자 그의 심장박동이 왔다

다 안을 수도 없는 벅차고 아름다운 것이 왔다.

- p100

 

 

생은 과일처럼 익는다

 

어떤 열매를 달까 생각느라

나무는 고개를 숙인다

그 힘으로 저녁이면 과일이 익는다

향기는 둥치 안에 숨었다가

조금씩 우리의 코에 스민다

 

사람 아니면 누구에게 그립다는 말을 전할까

저녁이 숨이 될 때 어둠 속에서 부르는 이름이

생의 이파리가 된다

 

이름으로 남은 사람들이 내 생의 핏줄이다

하루를 태우고 남은 빛이 별이 될 때

어둡지 않으려고 마을과 집들은 함께 모인다

 

어느 별에 살다가 내게로 온 생이여

내 생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구나

나무가 팔을 벋어 다른 나무를 껴안듯

사람은 마음을 벋어 타인을 껴안는다

 

어느 가슴이 그립다는 말을 발명했을까

공중에도 푸른 하루가 살듯이

내 시에는 사람의 이름이 살고 있다

 

붉은 옷 한 벌 해지면 떠나갈 꽃들처럼

그렇게는 내게 온 생을 떠나보낼 수 없다

귀빈이여 내게 온 생이여

네가 있어 삶은 과일처럼 익는다.

- p30~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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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읽고 나서  

 

"어느 별에 살다가 내게로 온 생이여. 내 생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구나. 나무가 팔을 벋어 다른 나무를 껴안듯 사람은 마음을 벋어 타인을 껴안는다."

 

사람은 마음을 벋어 타인을 껴안는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이 생에서 우리는 마음을 벋어 서로를 껴안고 함께 살아감을 배운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의미 없는 이 생에서 함께함으로 자신의 의미를 찾고 살아가는 기쁨을 느끼게 된다. 함께 하는 모든 것들을 보면서 함께 함으로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이기철 시인의 시집 「꽃들의 화장 시간」은 시를 통해서 인생의 의미와 함께 사는 감사함을 생각해보게 한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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