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추천/사랑 시

시집ㅣ김용택 아름다운 시 - 섬진강 3/땅에서

코스모스피다 2022. 1. 19. 10:00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시집 중에서 "섬진강 3, 땅에서" 두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시를 읽으며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섬진강 3
김용택 섬진강 3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섬진강 3

 

그대 정들었으리

지는 해 바라보며

반짝이는 잔물결이 한없이 밀려와

그대 앞에 또 강 건너 물가에

깊이깊이 잦아지니

그대, 그대 모르게

물 깊은 곳에 정들었으리

 

 

풀꽃이 피고 어느새 또 지고

풀씨도 지고

그 위에 서리 하얗게 내린

풀잎에 마음 기대며

그대 언제나 여기까지 와 섰으니

그만큼 와서 해는 지고

물 앞에 목말라 물 그리며

서러웠고 기뻤고 행복했고

사랑에 두 어깨 깊이 울먹였으니

그대 이제 물 깊이 그리움 심었으리

 

 

기다리는 이 없어도 물가에서

돌아오는 저녁길

그대 이 길 돌멩이, 풀잎 하나에도

눈 익어 정들었으니

이 땅에 정들었으리

 

 

더 키워나가야 할

사랑 그리며

하나둘 불빛 살아나는 동네

멀리서 그윽이 바라보는

그대 야윈 등,

어느덧

아름다운 사랑 짊어졌으리.

- p12~p13

 

 

 

 

 

땅에서

 

그대가 보고 싶을 때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래며

저무는 강으로 갑니다

소리 없이 저물어가는

물 가까이 저물며

강물을 따라 걸으면

저물수록 그리움은 차올라

출렁거리며 강 깊은 데로 가

강 깊이 쌓이고 물은 빨리 흐릅니다

 

그대여

더 저물 길이 막혀

내 가만히 숨 멈춰 두려움으로 섰을 때

문득 저물어 함께 떠나는

저기 저 물과 소리

 

아, 오늘은 나도 몰래

어제보다 한 발짝 먼데까지 저물어 섰는

나를 보겠네 땅을 보겠네

발밑 우리 땅을 보겠네

 

알겠네 그대여

사랑은 이렇게 한 발짝씩 늘려

우리 땅을 얻는 기쁨이라고

사랑은 이렇게

저렇게 저녁노을 떠나가는

아름다운 하늘 아래

저 푸른 물결 와닿는 우리 땅을 찾아

우리 땅에 들어서는 설레이는 가슴

이렇게 한없이 떨리는 기쁨이라고

 

그대여

그대 어두워 발 다치는 저문 강길로

저물어 와 우리 같이 설 때까지

나는 끝없이 피 흘리며 우리 땅을 넓히고

그대는 물 같은 고른 사랑으로 와야 하리

 

그대 가만히 불러보면

이 땅 어느 끝에서나

그 보드라운 물결 같은 가슴으로

물결쳐오는 땅끝에서

다친 발 내려다보며

어둔 땅을 향해 피 흘리는

이 그리움.

- p152~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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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읽고 나서  

 

"기다리는 이 없어도 물가에서 돌아오는 저녁길 그대 이 길 돌멩이, 풀잎 하나에도 눈 익어 정들었으니 이 땅에 정들었으리."

 

길가에 돌멩이 풀잎 하나도 나를 살게 하는 소중한 일부다. 이렇게 살 수 있게 하는 땅에 대한 깊은 정이 느껴진다.

 

 

 

 

 

"사랑은 이렇게 저렇게 저녁노을 떠나가는 아름다운 하늘 아래 저 푸른 물결 와닿는 우리 땅을 찾아 우리 땅에 들어서는 설레이는 가슴 이렇게 한없이 떨리는 기쁨이라고."

 

김용택 시인의 시는 땅에 대한 감사, 땅에 대한 사랑, 땅에 설레임이 듬뿍 묻어난다. 그리고 그 마음이 너무나 아름답게 시에 담겨있다. 시를 읽으며 나 또한 그렇게 세상을 보고 싶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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