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인의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를 소개합니다. "남한강, 결혼에 대하여" 두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를 읽으며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제목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저자 : 정호승
출판사 : 도서출판 열림원
마음에 담고 싶은 시
남한강
얼어붙은 남한강 한가운데에
나룻배 한 척 떠 있습니다
첫얼음이 얼기 전에 어디론가
멀리 가고파서
제 딴에는 먼바다를 생각하다가
그만 얼어붙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나룻배를 사모하는 남한강 갈대들이
하룻밤 사이에 겨울을 불러들여
아무 데도 못 가게 붙들어둔 줄을
나룻배는 저 혼자만 모르고 있습니다.
- p12
결혼에 대하여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
봄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 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채 깎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깎아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콧등에 땀을 흘리며 고추장에 보리밥을
맛있게 비벼먹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어미를 그리워하는 어린 강아지의 똥을
더러워하지 않고 치울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
고단한 별들이 잠시 쉬어가도록
가슴의 단추를 열어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은 전깃불을 끄고 촛불 아래서
한 권의 시집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책갈피 속에 노란 은행잎 한 장쯤은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깊으면 가끔은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속삭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결혼이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사랑도 결혼이 필요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며
결혼도 때로는 외로운 것이다.
- p42~p43
함께 보면 좋은 글
시를 읽고 나서
"나룻배를 사모하는 남한강 갈대들이 하룻밤 사이에 겨울을 불러들여 아무 데도 못 가게 붙들어둔 줄을 나룻배는 저 혼자만 모르고 있습니다."
강물이 언 남한강에, 강물과 함께 얼어붙은 나룻배를 보며, 사랑해서 놓지 못하고 붙잡는 마음이 잘 그려진다. 세상을 보는 시인의 마음과 아름다운 표현이 이 시를 자꾸만 읽게 만든다.
정호승 시인의 시는 사람이 느끼는 마음에 대해서 시인 특유의 표현으로 울림을 준다. 그래서 읽고 나면 마음에 여운이 오랫동안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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