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님의 시집 「민들레의 영토」 중에서 "해바라기 연가, 촛불, 비 내리는 날"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시를 읽으며 평화로운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해바라기 연가
내 생애가 한 번 뿐이듯
나의 사랑도 하나입니다
나의 임금이여
폭포처럼 쏟아져 오는 그리움에
목메어 죽을 것만 같은
열병을 앓습니다
당신 아닌 누구도
치유할 수 없는
내 불치의 병은
사랑
이 가슴 안에서
올올이 뽑은 고운 실로
당신의 비단옷을 짜겠습니다
빛나는 얼굴 눈부시어
고개 속이면
속으로 타서 익는 까만 꽃씨
당신께 바치는 나의 언어들
이미 하나인 우리가
더욱 하나가 될 날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나의 임금이여
드릴 것은 상처뿐이어도
어둠에 숨지지 않고
섬겨 살기 원이옵니다.
- 1975년 - p50~p51
촛불
꽃밭에 물을 뿌리고 오면
수백 개의 촛불로 펄럭이는
이 마음의 깃발
푸른 해안으로
오늘도
흰 배가 밀리는데
하늘 속에 피는 꽃
펄럭이는 촛불 새로
변함없이 열린
하나의 창문
문을 열고 나누는
너와의 악수
우리는 바람 속에 불리우고
또 밀려가는
강변의 작은 모래알 이웃이네
나도
활활 타 버리는
불길이면 좋으리
수많은 불꽃 사이로
어두움을 사르고
누군가
목 타게 나를 부르는 소리
수백 개의 촛불로
내가 타고 있네.
- 1965년 - p52~p53
비 내리는 날
잊혀진 언어들이
웃으며 살아오네
사색의 못가에도
노래처럼 비 내리네
해맑은 가슴으로
창을 열면
무심히 흘려버린
일상의 얘기들이
저만치 내버렸던
이웃의 음성들이
문득 정답게
빗속으로 젖어 오네
잊혀진 기억들이
살아서 걸어오네
젖은 나무와 함께
고개 숙이면
내겐 처음으로
바다가 열리네.
- 1971년 - p30~p31
함께 보면 좋은 글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시를 읽고 나서
"이미 하나인 우리가 더욱 하나가 될 날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기도는 이미 하나인 신과 하나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하나이지만 자신의 마음으로 등 돌리고 있었던, 그래서 하나임을 잊고 지냈던.
태어날 때부터 하나였던 나의 본성, 절대자를 향해 마음으로 향하는 것.
이해인 수녀님의 해바라기 연가는 절대자를 향한 사랑이 간절하게 느껴진다. 시를 읽고 있으면 내 안에도 맑은 사랑이 살아나는 느낌이 든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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