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시집 중에서 "섬진강 3, 땅에서" 두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시를 읽으며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섬진강 3
그대 정들었으리
지는 해 바라보며
반짝이는 잔물결이 한없이 밀려와
그대 앞에 또 강 건너 물가에
깊이깊이 잦아지니
그대, 그대 모르게
물 깊은 곳에 정들었으리
풀꽃이 피고 어느새 또 지고
풀씨도 지고
그 위에 서리 하얗게 내린
풀잎에 마음 기대며
그대 언제나 여기까지 와 섰으니
그만큼 와서 해는 지고
물 앞에 목말라 물 그리며
서러웠고 기뻤고 행복했고
사랑에 두 어깨 깊이 울먹였으니
그대 이제 물 깊이 그리움 심었으리
기다리는 이 없어도 물가에서
돌아오는 저녁길
그대 이 길 돌멩이, 풀잎 하나에도
눈 익어 정들었으니
이 땅에 정들었으리
더 키워나가야 할
사랑 그리며
하나둘 불빛 살아나는 동네
멀리서 그윽이 바라보는
그대 야윈 등,
어느덧
아름다운 사랑 짊어졌으리.
- p12~p13
땅에서
그대가 보고 싶을 때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래며
저무는 강으로 갑니다
소리 없이 저물어가는
물 가까이 저물며
강물을 따라 걸으면
저물수록 그리움은 차올라
출렁거리며 강 깊은 데로 가
강 깊이 쌓이고 물은 빨리 흐릅니다
그대여
더 저물 길이 막혀
내 가만히 숨 멈춰 두려움으로 섰을 때
문득 저물어 함께 떠나는
저기 저 물과 소리
아, 오늘은 나도 몰래
어제보다 한 발짝 먼데까지 저물어 섰는
나를 보겠네 땅을 보겠네
발밑 우리 땅을 보겠네
알겠네 그대여
사랑은 이렇게 한 발짝씩 늘려
우리 땅을 얻는 기쁨이라고
사랑은 이렇게
저렇게 저녁노을 떠나가는
아름다운 하늘 아래
저 푸른 물결 와닿는 우리 땅을 찾아
우리 땅에 들어서는 설레이는 가슴
이렇게 한없이 떨리는 기쁨이라고
그대여
그대 어두워 발 다치는 저문 강길로
저물어 와 우리 같이 설 때까지
나는 끝없이 피 흘리며 우리 땅을 넓히고
그대는 물 같은 고른 사랑으로 와야 하리
그대 가만히 불러보면
이 땅 어느 끝에서나
그 보드라운 물결 같은 가슴으로
물결쳐오는 땅끝에서
다친 발 내려다보며
어둔 땅을 향해 피 흘리는
이 그리움.
- p152~p153
함께 보면 좋은 글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사랑, 축복의 기도
시를 읽고 나서
"기다리는 이 없어도 물가에서 돌아오는 저녁길 그대 이 길 돌멩이, 풀잎 하나에도 눈 익어 정들었으니 이 땅에 정들었으리."
길가에 돌멩이 풀잎 하나도 나를 살게 하는 소중한 일부다. 이렇게 살 수 있게 하는 땅에 대한 깊은 정이 느껴진다.
"사랑은 이렇게 저렇게 저녁노을 떠나가는 아름다운 하늘 아래 저 푸른 물결 와닿는 우리 땅을 찾아 우리 땅에 들어서는 설레이는 가슴 이렇게 한없이 떨리는 기쁨이라고."
김용택 시인의 시는 땅에 대한 감사, 땅에 대한 사랑, 땅에 설레임이 듬뿍 묻어난다. 그리고 그 마음이 너무나 아름답게 시에 담겨있다. 시를 읽으며 나 또한 그렇게 세상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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