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시인의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시집 속 "그런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 늦게 출가해 경전 외는 승려가 발견한 구절"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시와 함께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그런 사람
봄이면 꽃마다 찾아가 칭찬해 주는 사람
남모르는 상처 입었어도
어투에 가시가 박혀 있지 않은 사람
숨결과 웃음이 잇닿아 있는 사람
자신이 아픔이면서 그 아픔의 치료제임을 아는 사람
이따금 방문하는 슬픔 맞아들이되
기쁨의 촉수 부러뜨리지 않는 사람
한때 부서져서 온전해질 수 있게 된 사람
사탕수수처럼 심이 거칠어도
존재 어느 층에 단맛을 간직한 사람
좋아하는 것 더 오래 좋아하기 위해
거리를 둘 줄 아는 사람
누구에게나 자기 영혼의 가장 부드러운 부분
내어 주는 사람
어디에 있든 자신 안의 고요 잃지 않는 사람
마른 입술은
물이 보내는 소식이라는 걸 아는 사람.
- p12~p13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뭇잎의 집합이 나뭇잎들이 아니라
나무라고 말하는 사람
꽃의 집합이 꽃들이 아니라
봄이라는 걸 아는 사람
물방울의 집합이 파도이고
파도의 집합이 바다라고 믿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길의 집합이 길들이 아니라
여행이라는 걸 발견한 사람
절망의 집합이 절망들이 아니라
희망이 될 수도 있음을
슬픔의 집합이 슬픔들이 아니라
힘이 될 수도 있음을 잊지 않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벽의 집합이 벽들이 아니라
감옥임을 깨달은 사람
하지만 문은 벽에 산다는 걸 기억하는 사람
날개의 집합이 날개들이 아니라
비상임을 믿는 사람
그리움의 집합이 사랑임을 아는 사람.
- p52~p53
늦게 출가해 경전 외는 승려가 발견한 구절
어떤 꽃도
거짓으로 꽃을 피우지 않는다
어떤 새도
절반의 마음으로 날갯짓하지 않는다
어떤 번개도
건성으로 파열하지 않는다
어떤 강도
마음에 없이 바다로 향하지 않는다
어떤 바다도
절실함 없이 파도치지 않는다
이 길에 온 존재 쏟아붓지 않는 것은 없다
자신이 속한 세상과
일체가 되기 위해 다 걸어야 한다
아무리 작은 기회라도
온몸을 던지는 씨앗처럼.
- p122~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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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ㅣ나태주 시 - 꽃을 보듯 너를 본다/선물/멀리서 빈다
시를 읽고 나서
"좋아하는 것 더 오래 좋아하기 위해 거리를 둘 줄 아는 사람, 누구에게나 자기 영혼의 가장 부드러운 부분 내어 주는 사람, 어디에 있든 자신 안의 고요 잃지 않는 사람, 마른 입술은 물이 보내는 소식이라는 걸 아는 사람."
더 오래 좋아하기 위해 스스로 마음의 거리를 둘 줄 아는 지혜가 있는 사람이고 싶다. 적당한 거리에 서서 상대를 배려하고 상대의 아픈 곳을 건드리지 않고 지켜봐 줄 수 있는 사람.
내 안의 뾰족한 부분을 다듬는 고요한 자기만의 시간을 통해 매일 새롭게 다시 나는 사람. 그로 인해 만나는 사람에게 상처 주지 않고 부드럽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고 싶다.
류시화 시인의 시를 읽고 있으면 깊은 내면에서 꽃이 피어나는 느낌이 든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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