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순덕 시인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시집 속 "엄마 생각 13, 흑백사진, 내 시 한 줄이"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시와 함께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엄마 생각 13
- 편지
내가 여행을 떠날 때나
내 생일 때면
학교 문턱도 못 가보신 엄마가
선물과 함께 편지를 주신다
받침도 틀리고 삐뚤삐뚤해서
통 알아볼 수가 없다
몇 번씩 읽다 보면 그 뜻을 알게 되는데
나만 읽을 수 있는 엄마의 편지에
- 여자는 언제나 외롭단다 -
그 말이 지금껏 짠하게 남아 있다
아버지와 9남매의 자식이 있어도
외로웠던 엄마
이 나이만큼 살아보니 엄마가 없다는 게
가장 외롭고 쓸쓸하고 서럽다
외할머니 안 계신 엄마의 그 외로움을
이제사 조금 알 것 같은데
나도 엄마에게 가끔씩 편지 보내고 싶은데
받아줄 엄마가 없다.
- p232
흑백 사진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가 안겨버린
내 어린 날 한 장의 그림
그리운 사람들 함께하는
작은 마음의 공간
누워도 있고 앉아도 있고
두 눈 질끈 감아도
늘 정겨운 삶의 실루엣
액자 속 추억으로 걸려있는
세월이 가고
나이를 먹고
내 아이들이 나만큼 자랐어도
흑백사진 속 어린 시절은
늙지 않아 좋다
함께라서 좋다
진짜 좋다.
- p40~p41
내 시 한 줄이
내 시 한 줄이 그대의 밥이었음 좋겠다
가난에 설운 자존심까지 배불릴
자정을 넘어선 밤참이 되고 싶다
내 시 한 줄이 그대의 눈물이면 좋겠다
그리워 그리워서 울 수도 없는
삶의 추억되어 동행하고 싶다
내 시 한 줄이 그대의 목숨이면 좋겠다
버거운 세상살이 손 놓고 싶을 때
위로가 되고 싶다
희망이 되고 싶다
생명이 되고 싶다
내 시 한 줄이
내 시 한 줄이 그대 삶의 밭고랑에 거름이 되고 싶다.
- p186
함께 보면 좋은 글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시를 읽고 나서
"내 시 한 줄이 그대의 눈물이면 좋겠다. 그리워 그리워서 울 수도 없는 삶의 추억되어 동행하고 싶다"
시 한 줄이 마음에 남아 그리움을 달래주고 때로는 마음의 평안을 안겨주기도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수많은 언어 중에 시는 가장 아름답게 그려진 언어의 그림, 때로는 위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희망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글 한 줄이 누군가에게 기쁨이 되고 살아가는 힘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심순덕 시인의 시를 읽으면 그리움과 따뜻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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