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민 엮음 시집 「그 시를 읽고 나는 시인이 되었네」 시집 속 "어머님 곁에서, 소네트 29번" 까비르의 시 세 편을 전해드리니 시와 함께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어머님 곁에서
- 조태일
온갖 것이 남편을 닮은
둘쨋놈이 보고파서
호남선 삼등 야간열차로
육십 고개 오르듯 숨 가쁘게 오셨다
아들놈의 출판기념회 때는
푸짐한 며느리와 나란히 앉아
아직 안 가라앉은 숨소리 끝에다가
방울방울 맺히는 눈물을
내게만 사알짝 사알짝 보이시더니
타고난 시골솜씨 한 철 만나셨나
산일번지 오셔서
이불 빨고 양말 빨고 콧수건 빨고
김치, 동치미, 고추장, 청국장 담그신다
양념보다 맛있는 사투리로 담그신다
- 엄니, 엄니, 내려가실 때는요
비행기 태워드릴께
- 안 탈란다 안탈란다 값도 비싸고
이북으로 끌고 가면 어쩌게야?
옆에서 며느리는 웃어쌓지만
나는 허전하여 눈물만 나오네.
- p130~p131
스승은 나로 하여금 미지의 세계를 알게 했네
발 없이 걷는 법을, 눈 없이 보는 법을
귀 없이 듣는 법을, 입 없이 먹는 법을
그리고 날개 없이 나는 법을
스승은 나에게 가르쳐 주었네
해도 없고 달도 없는 곳
그리고 밤도 없고 낮마저 없는 곳에서
내 사랑과 명상은 시작되었네.
- p169 까비르
소네트 29번
- 셰익스피어
운명에 버림받고
세상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 채
나 홀로 나의 버림받은 처지를 한탄할 때
부질없는 아우성으로 귀먹은 하늘을 괴롭히고
나 자신을 돌아보며 나의 운명을 저주할 때
희망으로 풍요로운 사람 같이 되기를 바라며
친구들이 많은, 그런 사람 같기를 갈망할 때
이 사람의 기술을 탐내고 저 사람의 역량을 부러워하며
내가 가장 즐기는 것에도 만족들 느끼지 못할 때
그러나 이러한 생각들 속에
나 자신을 거의 경멸하다가도
우연히 당신을 생각하면 그때 나의 처지는
새벽녘에 음울한 대지를 박차고 솟아오르는
종달새 같아
하늘 문가에서 찬양의 노래를 부르노라
당신의 감미로운 사랑 떠올리면 너무도 풍요로워져
나는 내 자신의 처지를 왕과도 바꾸지 않으련다.
- p223~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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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s72.tistory.com
시를 읽고 나서
"타고난 시골솜씨 한 철 만나셨나. 산일번지 오셔서 이불 빨고 양말 빨고 콧수건 빨고 김치, 동치미, 고추장, 청국장 담그신다. 양념보다 맛있는 사투리로 담그신다"
자식을 향한 엄마의 분주한 움직임, 엄마는 늘 아프다고 하면서도 자식을 위해서라면 두 팔 걷어붙이고 지친 몸을 이끌어 움직이며 일하신다.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언어로 자식의 어깨를 감싸주며.
"스승은 나로 하여금 미지의 세계를 알게 했네. 발 없이 걷는 법을, 눈 없이 보는 법을, 귀 없이 듣는 법을, 입 없이 먹는 법을, 그리고 날개 없이 나는 법을"
눈에 보이는 세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눈에 보이는 세계 너머를 볼 수 있을 때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더 깊고 더 넓은, 근원으로부터 연결되어 있는 내면의 세계를 가르쳐주는 이를 우리는 스승이라고 부른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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