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추천/인생 시

좋은 시 추천 - 정호승 슬픔을 위하여

코스모스피다 2023. 1. 30. 10:00

 

 

 

김경민 님의 「시 읽기 좋은 날」 시집 속 "슬픔을 위하여, 병원, 서해"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시와 함께 따뜻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정호승 시
정호승 시 슬픔을 위하여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슬픔을 위하여

     - 정호승

 

슬픔을 위하여

슬픔을 이야기하지 말라

오히려 슬픔의 새벽에 관하여 말하라

첫아이를 사산한 그 여인에 대하여 기도하고

불빛 없는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그 청년의 애인을 위하여 기도하라

 

슬픔을 기다리며 사는 사람들의

새벽은 언제나 별들로 가득하다

나는 오늘 새벽

슬픔으로 가는 길을 홀로 걸으며

평등과 화해에 대하여 기도하다가

슬픔이 눈물이 아니라 칼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 저 새벽별이 질 때까지

슬픔의 상처를 어루만지지 말라

우리가 슬픔을 사랑하기까지는

슬픔이 우리들을 완성하기까지는

슬픔으로 가는 새벽길을 걸으며 기도하라

슬픔의 어머니를 만나 기도하라.

- p203

 

 

병원

     - 윤동주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 금잔화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 본다.

- p99

 

 

서해

     - 이성복

 

 

아직 서해엔 가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거기 계실지 모르겠기에

 

그곳 바다인들 여느 바다와 다를까요

검은 개펄에 작은 게들이 구멍 속을 들락거리고

언제나 바다는 멀리서 진펄에 몸을 뒤척이겠지요

 

당신이 계실 자리를 위해

가보지 않은 곳을 남겨두어야 할까봅니다

내 다 가보면 당신 계실 곳이 남지 않을 것이기에

 

내 가보지 않은 한쪽 바다는

늘 마음속에서나 파도치고 있습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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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읽고 나서  

 

"우리가 슬픔을 사랑하기까지는 슬픔이 우리들을 완성하기까지는 슬픔으로 가는 새벽길을 걸으며 기도하라"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많은 감정들이 있다. 어떤 감정은 승화시키기도 하고 어떤 감정은 바라기도 하고 어떤 감정은 억누르기도 한다.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슬픔 속에도 다양한 감정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 슬픔을 누르지도 말고 잘 보듬고 승화시키다 보면 어느새 좀 더 성숙된 마음의 꽃을 보지 않을까.

 

 

"내 가보지 않은 한쪽 바다는 늘 마음속에서나 파도치고 있습니다"

 

가보지 않은 곳이기에, 누군가를 위해 아껴둔 곳이기에 언제나 마음 한 곳에 소중함으로 남아있을 수 있지 않을까. 때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될 때가 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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