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추천/인생 시

도종환 시집/시 - 가을 오후/별 하나

코스모스피다 2022. 5. 11. 10:00

 

 

 

도종환 시인의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시집 속 "가을 오후, 별 하나, 은은함에 대하여"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시를 읽으며 편안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도종환 시
도종환 가을 오후

 

 

 

 마음에 담고 싶은 시 

 

가을 오후

 

고개를 넘어오니

가을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흙빛 산벚나무 이파리를 따서 골짜기물에 던지며

서 있다

미리 연락이라도 하고 오지

그랬느냐는 내 말에

 

가을은 시든 국화빛 얼굴을 하고

입가로만 살짝 웃었다

웃는 낯빛이 쓸쓸하여

풍경은 안단테 안단테로 울고

나는 가만히 가을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서늘해진 손으로 내 볼을 만지다

내 품에 머리를 기대오는 가을의 어깨 위에

나는 들고 있던 겉옷을 덮어주었다

쓸쓸해지면 마음이 선해진다는 걸

나도 알고 가을도 알고 있었다

늦은 가을 오후.

- p20

 

 

 

별 하나

 

흐린 차 창 밖으로 별 하나가 따라온다

참 오래되었다 저 별이 내 주위를 맨돈 지

돌아보면 문득 저 별이 있다

내가 별을 떠날 때가 있어도

별은 나를 떠나지 않는다

 

나도 누군가에게 저 별처럼 있고 싶다

상처받고 돌아오는 밤길

돌아보면 문득 거기 있는 별 하나

괜찮다고 나는 네 편이라고

이마를 씻어주는 별 하나

이만치의 거리에서 손 흔들어주는

따뜻한 눈빛으로 있고 싶다.

- p25

 

 

 

 

 

 

은은함에 대하여

 

은은하다는 말 속에는

아련한 향기가 스미어 있다

은은하다는 말 속에는 살구꽃 위에 내린

맑고 환한 빛이 들어 있다

 

강물도 저녁햇살을 안고 천천히 내려갈 땐

은은하게 몸을 움직인다

달빛도 벌레를 재워주는 나뭇잎 위를 건너갈 땐

은은한 걸음으로 간다

 

은은한 것들 아래서는 짐승도 순한 얼굴로 돌아온다

봄에 피는 꽃 중에는 은은한 꽃들이 많다

은은함이 강물이 되어 흘러가는 꽃길을 따라

우리의 남은 생도 그런 빛깔로 흘러갈 수 있다면

사랑하는 이의 손 잡고

은은하게 물들어갈 수 있다면.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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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읽고 나서  

 

"서늘해진 손으로 내 볼을 만지다 내 품에 머리를 기대오는 가을의 어깨 위에 나는 들고 있던 겉옷을 덮어주었다. 쓸쓸해지면 마음이 선해진다는 걸 나도 알고 가을도 알고 있었다."

 

가을을 느끼는 마음을 도종환 시인만이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운 언어로 쓰여진 이 시는 가을이 내 마음속으로도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을까? 어떻게 이렇게 마음 깊이 느끼게 시를 쓸 수 있을까?' 아름다운 시를 읽으며 감사함과 부러움이 함께 들었다.

 

도종환 시인의 시를 읽으면 시가 내 마음속으로 걸어 들어오듯 마음이 따뜻하고 깊어진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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