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추천/인생 시 84

도종환 시집/시 - 라일락꽃/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도종환 시인의 시집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를 소개합니다.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라일락꽃, 풍경"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제목 :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저자 : 도종환 출판사 : 창비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산벚나무 잎 한쪽이 고추잠자리보다 더 빨갛게 물들고 있다 지금 우주의 계절은 가을을 지나가고 있고, 내 인생의 시간은 오후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에 와 있다 내 생의 열두시에서 한시 사이는 치열하였으나 그 뒤편은 벌레 먹은 자국이 많았다 이미 나는 중심의 시간에서 멀어져 있지만 어두워지기 전까지 아직 몇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이 고맙고, 해가 다 저물기 전 구름을 물들이는 찬란한 노을과 황홀을 한 번은 허락하시리라는 생각만으로도 기쁘다 머지않아 겨울이 올 것이다 그때는 ..

인생 시집 - 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소금

류시화 시인 시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소개합니다. "소금,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전화를 걸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와 함께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제목 :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저자 : 류시화 출판사 : 열림원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소금 소금이 바다의 상처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금이 바다의 아픔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상의 모든 식탁 위에서 흰 눈처럼 소금이 떨어져 내릴 때 그것이 바다의 눈물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눈물이 있어 이 세상 모든 것이 맛을 낸다는 것을. - p9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사랑 시 추천 - 조병화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한국 대표시인 101인 선집 조병화 님의 시집 속 "가을, 고요한 사랑,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어느 노인의 유언" 네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시를 읽으며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가을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푸른 모자를 높게 쓰고 맑은 눈을 하고 청초한 얼굴로 인사를 하러 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참으로 더웠었지요"하며 먼 곳을 돌아 돌아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높은 구름의 고개를 넘어오고 있습니다. - p137 고요한 사랑 나의 기도로는 다는 갈 수 없는 곳에 신이 있습니다 나의 힘으로는 다는 갈 수 없는 곳에 하늘이 있습니다 나의 사랑으로는 다는 갈 수 없는 곳에 당신이 있습니다 아, 나의 세월로는 다는 갈 ..

심순덕 시집 -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시인의 시집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를 소개합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 생각 1" 두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제목 :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저자 : 심순덕 출판사 : 대원씨아이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이상국 시집 - 집은 아직 따뜻하다

이상국 시인의 시집 「집은 아직 따뜻하다」를 소개합니다. "산속에서의 하룻밤, 별, 집은 아직 따뜻하다"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제목 : 「집은 아직 따뜻하다」 저자 : 이상국 출판사 : 창작과비평사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산속에서의 하룻밤 해지고 어두워지자 산도 그만 문을 닫는다 나무들은 이파리 속의 집으로 들어가고 큰 바위들도 팔베개를 하고 물소리 듣다 잠이 든다 어디선가 작은 버러지들 끝없이 바스락거리고 이파리에서 이파리로 굴러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에 새들은 몇 번씩 꿈을 고쳐 꾼다 커다란 어둠의 이불로 봉우리들을 덮어주고 숲에 들어가 쉬는 산을 별이 내려다보고 있다 저 별들은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기나 하는지 저항령 어둠 속에서 나는 가슴이 시리도록 별을 쳐다본다. - p12 별 큰 산이 작..

이문재 시집 - 지금 여기가 맨 앞

이문재 시인의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을 소개합니다. "삼월에 내리는 눈, 지금 여기가 맨 앞" 두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를 읽으며 편안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제목 : 「지금 여기가 맨 앞」 저자 : 이문재 출판사 : 문학동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삼월에 내리는 눈 봄눈은 할 말이 많은 것이다 지금 봄의 문전에 흩날리는 눈발은 빗방울이 되어 떨어질 줄 알았던 것이다 전속력으로 내리 꽂히고 싶었던 것이다 봄눈은 이런 식으로 꽃눈을 만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땅의 지붕이란 지붕을 모두 난타하며 오래된 숲의 정수리들을 힘껏 두드리며 봄을 기다려온 모든 추위와 허기와 기다림과 두려움과 설렘 속으로 흔쾌하게 진입하고 싶었던 것이다 모든 꽃눈을 흥건히 적시고 싶었던 것이다 지상에서 지상으로 난분분 난분분하..

시집ㅣ윤봉길 의사 - 강보에 싸인 두 병정에게

윤봉길 의사의 시집 「시인 윤봉길과 지인의 서정시 340수」를 소개합니다. "강보에 싸인 두 병정에게, 청년 제군에게, 백범 선생에게" 시인 윤봉길의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제목 : 「시인 윤봉길과 지인의 서정시 340수」 번역 : 진영미 · 김승일 출판사 : 역사공간 젊은 나이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윤봉길은 의사(義士)로만 알고 있었다. 이 책은 25세라는 젊은 나이에 순국한 윤의사의 시와 그의 스승, 스승의 지인들로 추정되는 시들로 이루어져 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강보에 싸인 두 병정에게 - 두 아들 모순(模淳)과 담(淡)에게 너희도 만일 피가 있고 뼈가 있다면 반드시 조선을 위해 용감한 투사가 되어라 태극의 깃발을 높이 드날리고 나의 빈 무덤 앞에 찾아와 한 잔 술을 부어 놓아라 그..

조병화 시집/대표 시 - 공존의 이유 12/추억

한국대표시인 101인선집 조병화 님의 시를 소개합니다. "공존의 이유, 추억, 고독하다는 것은"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를 읽으며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제목 : 「한국대표시인 101인선집 조병화」 저자 : 조병화 출판사 : 문학사상사 마음에 담고 싶은 시 공존의 이유 12 깊이 사귀지 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 작별을 하세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기로 하세 너만이라든지 우리들만이라든지 이것은 비밀일세라든지 같은 말들은 하지 않기로 하세 내가 너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나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어디메쯤 간다는 것을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작별이 올 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세 ..

안도현 시/시집 - 제비꽃 편지/나의 희망

안도현 시인의 시집 「그리운 여우」 중에서 "제비꽃 편지, 나의 희망" 두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시를 읽으며 따뜻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제비꽃 편지 제비꽃이 하도 예쁘게 피었기에 화분에 담아 한번 키워보려고 했지요 뿌리가 아프지 않게 조심조심 삽으로 떠다가 물도 듬뿍 주고 창틀에 놓았지요 그 가는 허리로 버티기 힘들었을까요 세상이 무거워서요 한 시간이 못되어 시드는 것이었지요 나는 금세 실망하고 말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그럴 것도 없었어요 시들 때는 시들 줄 알아야 꽃인 것이지요 그래서 좋다 시들어라, 하고 그대로 두었지요. - p22 나의 희망 학교 관사 옆 공터가 심심하지 않게 거기에다 호박을 심자 했더니 선생님, 우리가 우리를 어떻게 심나요? 깔깔대더니 어느새 호미와 삽..

박노해 시집/시 추천 - 새해에는 사람이 중심입니다

박노해 시인의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시집 속 "새해에는 사람이 중심입니다, 엉겅퀴, 진실"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를 읽으며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새해에는 사람이 중심입니다 새해에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집을 짓는 사람은 그 집에 살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물건을 만드는 사람은 그 물건을 두고두고 쓸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일을 잘해보려는 사람은 그 일을 통해 사람도 좋아지겠다는 마음으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사람을 중심에 두는 한 해였으면 좋겠습니다 밥을 먹어도 이 밥을 기르고 지어낸 사람들을 생각하고 옷을 입고 차를 타고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그것을 생산하고 땀 흘린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우리 사회와 역사와 인류를 생각하며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