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추천/인생 시 84

천상병 시집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천상병 시인의 시집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을 소개합니다.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꽃빛, 편지, 무명" 네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를 읽으며 편안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제목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저자 : 천상병 출판사 : 미래사 마음에 담고 싶은 시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길은 사통팔달이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 p70 꽃빛 손바닥 펴 꽃밭 아래 놓으니 꽃빛 그늘 앉아 아롱집니다 며칠 전 간 비원에서 본 그 꽃빛 생각 절로 납니다 그 밝음과 그늘이 열렬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내 손바닥 위에서..

시집 추천ㅣ문정희 - 당신의 냄새/저녁별처럼

문정희 시인의 시집 「나는 문이다」를 소개합니다. "당신의 냄새, 저녁별처럼, 할머니"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를 읽으며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제목 : 「나는 문이다」 저자 : 문정희 출판사 : 웅진씽크빅 마음에 담고 싶은 시 당신의 냄새 말갈기 날리며 천 리를 달려온 말이 별빛 땀을 뿌리며 멈춰 설 때 풀밭에서 쏴아 하니 풍기는 냄새 숲 속에 살고 있는 안개가 나무들의 겨드랑이를 간지를 때 푸른 목신들이 간지럼을 타며 소소리바람을 일으키는 냄새 물속에서 물고기들의 비늘이 하늘을 나는 새들의 깃털과 리듬에 맞추어 춤을 출 때 땅속의 뿌리들도 그걸 알고 저절로 어깨를 들썩이는 냄새 꽃이 필 때 발그레 탄성을 지르며 진흙들이 내뿜는 냄새 당신의 냄새는 내가 최초로 입술을 가진 신이 되어 당신의 ..

세상의 나무들/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 정현종 시집

정현종 시인의 시집 「섬」 중에서 "세상의 나무들,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환합니다"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를 읽으며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세상의 나무들 세상의 나무들은 무슨 일을 하지? 그걸 바라보기 좋아하는 사람, 허구한 날 봐도 나날이 좋아 가슴이 고만 푸르게 푸르게 두근거리는 그런 사람 땅에 뿌리내려 마지않게 하고 몸에 온몸에 수액 오르게 하고 하늘로 높은 데로 오르게 하고 둥글고 둥글어 탄력의 샘! 하늘에도 땅에도 우리들 가슴에도 들리지 나무들아 날이면 날마다 첫사랑 두근두근 팽창하는 기운을! - p71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거나 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 그 어떤 때거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

시집ㅣ도종환 사월 바다 - 아모르파티/들국화/정경

도종환 시인의 시집 「사월 바다」를 소개합니다. "아모르파티, 들국화 2, 정경"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를 읽으며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제목 : 「사월 바다」 저자 : 도종환 출판사 : 창비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아모르파티 - 운명에 대한 사랑 평생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었으나 어찌어찌하다 시인이 되었다 한 사람을 오래 사랑하리라 마음먹었지만 운명은 그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치열하게 살고 싶었지만 처절하게 젖는 날들이 더 많았다 소요의 한복판을 벗어나 고요의 중심으로 들어가 살 수 있는 날이 찾아와 나뭇잎 소리 바람 소리에 내 나머지 문장을 맡기려 했는데 다시 숲에서 사막으로 끌려 나왔다 모래벌판으로 난 길과 낙타들의 행렬을 따라가다 오늘 수첩을 꺼내 아모르파티라고 적는다 오라 운명이여 한낮..

시집 추천ㅣ안도현 사랑 - 그리운 여우

안도현 시인의 시집 「그리운 여우」를 소개합니다. "사랑, 나와 잠자리의 갈등 1, 화암사 내 사랑"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를 읽으며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제목 : 「그리운 여우」 저자 : 안도현 출판사 : (주)창비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사랑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 - p30 나와 잠자리의 갈등 1 다른 곳은 다 놔두고 굳이 수숫대 끝에 그 아슬아슬한 곳에 내려앉는 이유가 뭐냐? 내가 이렇게 따지듯이 물으면 잠자리가 나에게 되묻는다 너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느냐! - p47 화암사, 내 사랑 인간세 바깥..

여행은 혼자 떠나라/첫 마음의 길/그 겨울의 시 - 박노해 시집

박노해 시인의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시집 속 "여행은 혼자 떠나라, 첫 마음의 길, 그 겨울의 시"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여행은 혼자 떠나라 여행을 떠날 땐 혼자 떠나라 사람들 속에서 문득 내가 사라질 때 난무하는 말들 속에서 말을 잃어갈 때 달려가도 멈춰서도 앞이 안 보일 때 그대 혼자서 여행을 떠나라 존재감이 사라질까 두려운가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충분한 존재감이다 여행을 떠날 땐 혼자 떠나라 함께 가도 혼자 떠나라 그러나 돌아올 땐 둘이 손잡고 오라 낯선 길에서 기다려온 또 다른 나를 만나 돌아올 땐 둘이서 손잡고 오라. - p176 첫마음의 길 첫 마음의 길을 따라 한결같이 걸어온 겨울 정오 돌아보니 고비마다 굽은 길이네 한결같은 마음은 없어라 시공을 초월한..

어머니의 눈썹/나의 어머니 - 신달자 그리움 시/시집

신달자 시인의 「어머니, 그 비뚤비뚤한 글씨」 시집 속 "어머니의 눈썹, 나의 어머니, 자연이 밥이라"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어머니의 눈썹 - 아, 어머니 3 단정히 머리 빗고 비녀를 꽂고 어머니는 눈썹을 그렸습니다 앞가르마 아래로 두 마리 기러기가 애처롭게 날아올랐습니다 날고 싶은 엄마 맘을 눈썹 달에 실어 날렸습니다. - p45 나의 어머니 한 송이 꽃인가 하고 다가서면 한 그루 나무 한 그루 나무인가 하고 다가서면 차라리 한 덩이 바위 한 덩이 바위인가 하고 우러르면 듬직한 산이셨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꽝꽝 언 대지 안에 사랑을 품고 키우는 겨울뿌리 얼음 속에서도 얼지 않는 생명이셨습니다 달빛 받는 외짝 신발처럼 홀로 울음을 가누는 고독한 성자聖者 눈물과 땀과 피 남김없..

김용택 시집 - 섬진강 1/아름다운 마을

김용택 시인의 시집 「섬진강」을 소개합니다. 시를 읽으며 아름다운 마을과 강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제목 : 섬진강 저자 : 김용택 출판사 : 창비 김용택 시인은 전북 임실 출생으로 1982년 창작과비평사의 '21인 신작 시'에 "섬진강 1" 등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85년 첫 시집 「섬진강」 이후로 「맑은 날」, 「그리운 꽃편지」,「그대 거침없는 사랑」 등 수많은 아름다운 작품을 출간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섬진강 1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여자 - 김춘수 시집/겨울 시

김춘수 시인의 「김춘수 시전집」 중에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여자, 산장, 저승과 이승" 네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책 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샤갈의 마을에는 삼월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삼월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 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 p224 여자 푸르고 푸른 줄 알았단다 푸르고 푸른 것이 그치면 복사꽃 외얏꽃 냉이꽃 향기로운 꽃밭인 줄 알았단다 바다! 바다! 구슬 같은 눈물이 ..

시집ㅣ정현종 섬 - 행복/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시인의 시집 「섬」을 소개합니다. "섬, 행복,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시를 읽으며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제목 : 「섬」 저자 : 정현종 출판사 : 문학판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섬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 p17 행복 산에서 내려와서 아파트촌 벤치에 앉아 한 조각 남아 있는 육포 안주로 맥주 한 병을 마시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아 행복하다! 나도 모르겠다 불행 중 다행일지 행복감은 늘 기습적으로 밑도 끝도 없이 와서 그 순간은 우주를 온통 한 깃털로 피어나게 하면 그 순간은 시간의 궁핍을 치유하는 것이다 시간의 기나긴 고통을 잡다한 욕망이 낳은 괴로움들을 완화하는 건 어떤 순간인데 그 순간 속에는 요컨대 시간이 없다. - p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