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시인의 시집 「그리운 여우」를 소개합니다. "사랑, 나와 잠자리의 갈등 1, 화암사 내 사랑"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를 읽으며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제목 : 「그리운 여우」
저자 : 안도현
출판사 : (주)창비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사랑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
- p30
나와 잠자리의 갈등 1
다른 곳은 다 놔두고
굳이 수숫대 끝에
그 아슬아슬한 곳에
내려앉는 이유가 뭐냐?
내가 이렇게 따지듯이 물으면
잠자리가 나에게 되묻는다
너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느냐!
- p47
화암사, 내 사랑
인간세 바깥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미워하는지 턱 돌아앉아
곁눈질 한번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화암사를 찾아가기로 하였습니다
세상한테 쫓기어
산속으로 도망가는 게 아니라
마음이 이끄는 길로 가고 싶었습니다
계곡이 나오면 외나무다리가 되고
벼랑이 막아서면 허리를 낮추었습니다
마을의 흙먼지를
잊어먹을 때까지 걸으니까
산은 슬쩍, 풍경의 한 귀퉁이를
보여주었습니다
구름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아예 구름 속에 주춧돌을 놓은
잘 늙은 절 한 채
그 절집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 절집 형체도 이름도 없어지고,
구름의 어깨를 치고 가는
불명산 능선 한 자락 같은
참회가 가슴을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의 마을에서 온 햇볕이
화암사 안마당에 먼저 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세상의 뒤를 그저 쫓아다니기만
하였습니다
화암사, 내 사랑
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주지는 않으렵니다.
- p36~p37
함께 보면 좋은 글
시를 읽고 나서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가 울듯이,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렇지만 때로는 말하지 않고 알아주기를 바랄 때가 있다.
그래서 때로는 혼자, 사랑을 서운해 하고 슬퍼하기도 한다.
안도현 시인의 시집 「그리운 여우」는 인간의 마음 깊은 곳을 얘기하기도 하고, 인간 마음을 벗어난 삶을 얘기하기도 한다. 잠시 멈추고 자기를 돌아볼 때 이 시가 위로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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