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시인의 시집 「사월 바다」를 소개합니다. "아모르파티, 들국화 2, 정경"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를 읽으며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제목 : 「사월 바다」
저자 : 도종환
출판사 : 창비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아모르파티
- 운명에 대한 사랑
평생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었으나
어찌어찌하다 시인이 되었다
한 사람을 오래 사랑하리라 마음먹었지만
운명은 그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치열하게 살고 싶었지만
처절하게 젖는 날들이 더 많았다
소요의 한복판을 벗어나
고요의 중심으로 들어가 살 수 있는 날이 찾아와
나뭇잎 소리 바람 소리에
내 나머지 문장을 맡기려 했는데
다시 숲에서 사막으로 끌려 나왔다
모래벌판으로 난 길과 낙타들의 행렬을 따라가다
오늘 수첩을 꺼내 아모르파티라고 적는다
오라 운명이여
한낮의 모래언덕과 초저녁의 푸른 초승달과
내게 오는 운명을 사랑하리라
세상은 오래도록 모래와 바람이 휘몰아치며
열사의 뜨거움과 밤의 냉기가 충돌하는 곳
쓰러질 때까지 내 운명을 지나가리라
선택하고 뉘우치고 또 나아가리라
- p58
들국화 2
너 없이 어찌
이 쓸쓸한 시절을 견딜 수 있으랴
너 없이 어찌
이 먼 산길이 가을일 수 있으랴
이렇게 늦게 내게 와
이렇게 오래 꽃으로 있는 너
너 없이 어찌
이 메마르고 거친 땅에 향기 있으랴
- p18
정경
할슈타트에서
아름다운 정경은 사람을 선하게 한다
풍경의 전신을 대하는 순간
짧은 탄성이 저절로 새어 나오지 않으면
아름다움이 아니다
탄성이 물무늬처럼
미소로 바뀌어 번져나가고
마음은 천천히 선한 빛깔로 물들게 된다
아름다운 사람을 만났을 때도 그렇다
예쁜 어린아이를 만났을 때도 그렇다
사막에 별들이 하얗게 떴을 때도 그러하다
설산 기슭 순백의 눈을 볼 때도 그러하다
마음을 선하게 하는 초저녁 성당의
성가야말로 좋은 노래다
천천히 눈가에 눈물이 맺히게 하는
오래된 영화가 좋은 영화다
할슈타트 호수에 저녁 빛이 내리고 있다
그대를 생각하는 내 마음이 그러하다
- p19
함께 보면 좋은 글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사랑, 축복의 기도
시를 읽고 나서
"세상은 오래도록 모래와 바람이 휘몰아치며 열사의 뜨거움과 밤의 냉기가 충돌하는 곳. 쓰러질 때까지 내 운명을 지나가리라. 선택하고 뉘우치고 또 나아가리라"
삶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하고 다시 돌아보며 뉘우치고, 또 새로운 길을 선택하고 그러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 인생. 내 앞에 다가오는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건, 나의 삶을 축복하며 살아가는 것 아닐까.
"아름다운 정경은 사람을 선하게 한다. 풍경의 전신을 대하는 순간 짧은 탄성이 저절로 새어 나오지 않으면 아름다움이 아니다"
아름다운 정경을 보는 순간 사람들은 마음으로 또는 말로 탄성을 지른다. 아름다운 정경을 보고 있는 순간에는 누구나 아름답고 선한 마음이 되어 있다. 아름다움을 많이 보는 삶을 살자.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구독, 하트 부탁드려요~♡
'시집 추천 > 인생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집 추천ㅣ문정희 - 당신의 냄새/저녁별처럼 (52) | 2022.01.12 |
---|---|
세상의 나무들/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 정현종 시집 (31) | 2022.01.08 |
시집 추천ㅣ안도현 사랑 - 그리운 여우 (27) | 2022.01.02 |
여행은 혼자 떠나라/첫 마음의 길/그 겨울의 시 - 박노해 시집 (24) | 2022.01.01 |
어머니의 눈썹/나의 어머니 - 신달자 그리움 시/시집 (32) | 2021.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