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 시인의 시집 「섬」 중에서 "세상의 나무들,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환합니다"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를 읽으며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세상의 나무들
세상의 나무들은
무슨 일을 하지?
그걸 바라보기 좋아하는 사람,
허구한 날 봐도 나날이 좋아
가슴이 고만 푸르게 푸르게 두근거리는
그런 사람 땅에 뿌리내려
마지않게 하고
몸에 온몸에 수액 오르게 하고
하늘로 높은 데로 오르게 하고
둥글고 둥글어 탄력의 샘!
하늘에도 땅에도 우리들 가슴에도
들리지 나무들아 날이면 날마다
첫사랑 두근두근 팽창하는 기운을!
- p71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거나
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
그 어떤 때거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
내가 그리는 풍경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
- p97
환합니다
환합니다
감나무에 감이,
바알간 불꽃이,
수도 없이 불을 켜
천지가 환합니다
이 햇빛 저 햇빛
다 합해도
저렇게 환하겠습니까
서리가 내리고 겨울이 와도
따지 않고 놔둡니다
풍부합니다
천지가 배부릅니다
까치도 까마귀도 배부릅니다
내 마음도 저기
감나무로 달려가
환하게 환하게 열립니다.
- p55
함께 보면 좋은 글
시를 읽고 나서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 내가 그리는 풍경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
사람이 풍경으로 보일 때, 마음없이 편안하게 말을 주고 받을 때, 아침에 비치는 맑은 햇빛처럼 아름답게 느껴질 때, 그 순간 사람이 하나의 풍경으로 보일 때가 있다.
"환합니다. 감나무에 감이, 바알간 불꽃이, 수도 없이 불을 켜 천지가 환합니다."
아~ 늦가을 감나무에 감이 달린 모습을 이렇게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을까? 바알간 불꽃, 천지가 환하도록 불을 켰다는 표현은 감나무와 함께 내 마음도 환해진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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