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시인의 시집 「나는 문이다」를 소개합니다. "당신의 냄새, 저녁별처럼, 할머니"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를 읽으며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제목 : 「나는 문이다」
저자 : 문정희
출판사 : 웅진씽크빅
마음에 담고 싶은 시
당신의 냄새
말갈기 날리며 천 리를 달려온 말이
별빛 땀을 뿌리며
멈춰 설 때
풀밭에서 쏴아 하니 풍기는 냄새
숲 속에 살고 있는 안개가
나무들의 겨드랑이를 간지를 때
푸른 목신들이 간지럼을 타며
소소리바람을 일으키는 냄새
물속에서 물고기들의 비늘이
하늘을 나는 새들의 깃털과
리듬에 맞추어 춤을 출 때
땅속의 뿌리들도 그걸 알고
저절로 어깨를 들썩이는 냄새
꽃이 필 때
발그레 탄성을 지르며
진흙들이 내뿜는 냄새
당신의 냄새는
내가 최초로 입술을 가진 신이 되어
당신의 입술과 만날 때
하늘과 땅 사이로 쏟아지는
여름 소나기 냄새.
- p70~p71
저녁별처럼
기도는 하늘의 소리를 듣는 것이라
저기 홀로 서서
제자리 지키는 나무들처럼
기도는 땅의 소리를 듣는 것이라
저기 흙 속에
입술 내밀고 일어서는 초록들처럼
땅에다
이마를 겸허히 묻고
숨을 죽인 바위들처럼
기도는
간절한 발걸음으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깊고 편안한 곳으로 걸어가는 것이다
저녁별처럼.
- p153
할머니
누구나 할머니를 좋아하지만
할머니가 되는 것은 싫어한다네
눈물로 만든 달이
딸이 되고
어미가 되고
가을엔 땅을 다독이는
낙엽 같은 손을 가진
할머니가 되지만
태고의 바람처럼 그윽한 할머니의 기도를
사람들은 누구나 사랑하지만
참 이상도 하지
아픈 배를 문지르던 따스한 약속
부드러운 영토
할머니가 되는 것은 슬퍼한다네
갑자기 다가든 추운 날씨에
할 수 없이 끌어당겨 덮고 가야 할
포근한 담요처럼
평화로운 옛이야기 같은 할머니가
시시각각 곁으로 다가드는 것을
두려워한다네.
- p138
함께 보면 좋은 글
책을 읽고 나서
"기도는 간절한 발걸음으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깊고 편안한 곳으로 걸어가는 것이다."
기도는 자기 안의 가장 깊은 내면과 만나는 것이다. 원래부터 내 안에 있었지만 잊고 살았던, 태어날 때부터 신이 우리에게 부여한 본래 마음. 그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그 마음, 나의 본성과 만났을 때 가장 평온하고 가장 자유롭고 변하지 않는 행복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세상은 있는 그대로 감사하게 다가온다.
기도는 내 안에 잠들어 있는 본성을 깨우고 마주하는 것이다.
문정희 시인의 시집 「나는 문이다」를 읽고 있으면 거침없고 자유로운 마음이 느껴진다. 그리고 시인의 깊이 있는 내면이 더해져서 때로는 침묵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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