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추천/인생 시

이상국 시집 - 집은 아직 따뜻하다

코스모스피다 2022. 3. 11. 10:00

 

 

 

이상국 시인의 시집 「집은 아직 따뜻하다」를 소개합니다. "산속에서의 하룻밤, 별, 집은 아직 따뜻하다"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이상국 시집
이상국 집은 아직 따뜻하다

 

 

 

제목 : 「집은 아직 따뜻하다」

저자 : 이상국

출판사 : 창작과비평사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산속에서의 하룻밤

 

해지고 어두워지자

산도 그만 문을 닫는다

 

나무들은 이파리 속의 집으로 들어가고

큰 바위들도 팔베개를 하고

물소리 듣다 잠이 든다

 

어디선가 작은 버러지들

끝없이 바스락거리고

이파리에서 이파리로 굴러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에

새들은 몇 번씩 꿈을 고쳐 꾼다

 

커다란 어둠의 이불로

봉우리들을 덮어주고

숲에 들어가 쉬는 산을

별이 내려다보고 있다

 

저 별들은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기나 하는지

저항령 어둠 속에서

나는 가슴이 시리도록 별을 쳐다본다.

- p12

 

 

 

 

큰 산이 작은 산을 업고

놀빛 속을 걸어 미시령을 넘어간 뒤

별은 얼마나 먼 곳에서 오는지

 

처음엔 옛사랑처럼 희미하게 보이다가

울산바위가 푸른 어둠에 잠기고 나면

너는 수줍은 듯 반짝이기 시작한다

 

별에서는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별을 닦으면 캄캄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별을 쳐다보면 눈물이 떨어진다

 

세상의 모든 어두움은

너에게로 가는 길이다.

- p14

 

 

 

 

 

 

집은 아직 따뜻하다

 

흐르는 물이 무얼 알랴

어성천이 큰 산 그림자 싣고

제 목소리 따라 양양 가는 길

부소치 다리 건너 함석집 기둥에

흰 문패 하나 눈물처럼 매달렸다

 

나무 이파리 같은 그리움을 덮고

입동 하늘의 별이 묵어갔을까

방구들마다 그림자처럼 희미하게

어둠을 입은 사람들 어른거리고

이 집 어른 세상 출입하던 갓이

비료포대 속에 들어 바람벽 높이 걸렸다

 

저 만리 물길 따라

해마다 연어들 돌아오는데

흐르는 물에 혼은 실어 보내고 몸만 남아

사진액자 속 일가붙이들 데리고

아직 따뜻한 집

 

어느 시절엔들 슬픔이 없으랴만

늙은 가을볕 아래

오래된 삶도 짚가리처럼 무너졌다

그래도 집은 문을 닫지 못하고

다리 건너오는 어둠을 바라보고 있다.

- p64~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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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읽고 나서  

 

 

"나무들은 이파리 속의 집으로 들어가고 큰 바위들도 팔베개를 하고 물소리 듣다 잠이 든다."

 

산속에서의 밤이 그림처럼 그려진다. 나무도 조용히 잠들고 바위도 팔베개하고 흐르는 물 자장가 소리마냥 듣다가 잠이 드는 아름다운 산속의 밤.

 

시인이 오래전 바라본 산속의 밤은 지금 시를 읽고 있는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시는 세월을 건너 장소를 건너 사람의 마음속에 아름다운 풍경과 소리와 느낌을 전한다.

 

 

 

 

 

이상국 시인의 「집은 아직 따뜻하다」를 읽으면 자연과 함께 살았던 옛 시절의 모습과 감성이 순수하고도 잔잔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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