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순덕 시인의 시집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를 소개합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 생각 1" 두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제목 :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저자 : 심순덕
출판사 : 대원씨아이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 p16~p18
엄마 생각 1
- 서거리 깍두기
엄마 생신 때나 제사 때면
꽃을 좋아하시던 엄마를 생각하며
꼭 꽃바구니를 준비합니다
편지처럼 꼬리표에 몇 글자 제 마음을 적어봅니다
지난번 제사 때는
<서거리 깍두기가 그립습니다 - 막내딸 올림>
엄마가 해주신 서거리 깍두기가
하- 먹고 싶어 썼던 겁니다
큰언니가 엄마 대신 해보냈지만
그 맛이 안 났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담가 보았습니다
엄마 맛 하고는 거리가 멀었지만
대리 만족을 하고서야 직성이 풀렸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늙어 간다는 것
아마도 이런 건가 봅니다
엄마 생각이 더 많이 나면서
엄마가 해주시던 음식이 무지 먹고 싶다는 겁니다
그런 겁니다.
- p24~p25
함께 보면 좋은 글
시를 읽고 나서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어린 시절 맛난 거 있으면 남편에게 자식에게 먼저 양보하며 자신은 뒤에 남은 것 드시는 엄마를 보며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힘든 일 있을 때면 엄마에게 짜증내고 화풀이해도 늘 웃으며 받아주기에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보니 엄마도 사소한 말에 상처받을 수 있는 한 사람이라는 걸 늦게서야 알게 되었다. 엄마이기 이전에 한 사람인데 엄마는 무엇이든 다 받아줘야 하고 다 참아줘야 하는 그런 사람인 줄 알았다.
아마도 그래서 엄마는 속으로 슬픔을 삭이며 병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엄마에게 더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한 후회가 밀려온다.
심순덕 시인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는 읽고 있으면 저절로 엄마 생각이 나서 가슴을 적시게 된다. 마음속에 있는 엄마에 대한 사랑과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담담하고도 깊은 시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구독, 하트 부탁드려요~♡
'시집 추천 > 인생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 시집 - 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소금 (45) | 2022.03.23 |
---|---|
사랑 시 추천 - 조병화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23) | 2022.03.19 |
이상국 시집 - 집은 아직 따뜻하다 (32) | 2022.03.11 |
이문재 시집 - 지금 여기가 맨 앞 (22) | 2022.03.05 |
시집ㅣ윤봉길 의사 - 강보에 싸인 두 병정에게 (41) | 2022.03.01 |